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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별이 아름다운 건 빛이 희미하기 때문이고 밤하늘이 황홀한 건 만남을 희망하던 내 갈증이 컸기 때문이야 별을 아우르는 별 맴도는 것은 섬김의 힘이고 아우르는 것은 포용의 힘이지 축의 중심 "그대들은 자유로우시라 나는 책임을 지고 한 곳에 꼿꼿이 있으리라" 북쪽의 빛나는 별 지구의 자천 축에 있기에 움직이지 않고 모든 별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지요 축의 중심이란 평정심은 흔들리지 않는 것 주변을 자유롭게 만드는 일입니다 지구에서 바라보면 모든 별들이 신하처럼 그를 중심으로 밤새 흐릅니다 하루종일 한 바퀴 그러나 낮에는 빛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고요 2023. 06. 12. 몽골.

기타 2023.06.20

오래돼서 좋은

내가 맘대로 들어갈 곳은 빈 공간 내가 편히 쉴 곳은 낡고 오래된 넉넉 내가 좋아하는 것은 유리처럼 선명함 아닌 안개 같은 희미함 내가 취하고 싶은 것은 소나무처럼 꼿꼿함이 아닌 갈대 같은 흔들림 내가 함께하고 싶은 것은 낡고 헐렁한 츄리닝 금가고 깨진 질그릇 같은 오래된 것 내 사랑은 따질 것 없이 이해하고 받아 주었던 거 깐깐보다는 넉넉이었네 당신처럼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편안한 오래돼서 좋은 신발 같은 것이었네 허술이었네 깐깐하지 않기 분명하지도 않기 여명 안개 바람인 듯 밝음과 흐릿, 또렷과 희미 산정에 서면 커다란 그릇처럼 넉넉이 보이네 새벽은 언제나 도둑처럼 도망치고 버무리듯 비벼진 풍경 활용범위는 바다 같고 생각범위는 우물 같고 허용범위는 하늘 같네 안개호수는 넓고 깊고 넉넉하네 2023. ..

풍경 2023.06.06

천만다행

귀하신 몸이야 홀로일 때 멋지겠지만 대접받지 못하는 것들은 스스로 뭉쳐야 아름답지요 돌보는 몸이야 모셔 오겠지만은 천대받는 것들을 찾지 않으면 설곳 없지요 어디에서 어떻게 내일을 예측하지 못하는 전쟁터 다시 일어나려 서로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뿌리도 똘똘 묶었지요 무지막지 꽃도 펴대지요 대비의 힘, 그거 유일한 희망이라서 서러움도 잃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이 가장 숙성된 날 목마르게 달라온 절정 어쩌지 못해 조산으로 피우는 꽃 천만다행 생의 꽃입니다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따져보니 그것이 없을 때 견딜 수 없는 거였네 햇살 바람 물 . . . 사랑 필수조건들 중에 무엇을 빼면 난 빨리 시들어 버릴까? 2022. 05. 26. 충주호.

풍경 2023.05.28

그만큼

안개가 가둬 놓은 호수의 숨소리가 고요해서 경견 하지 않으면 죄 짓는 것만 같네 들숨으로 새벽을 마시면 나도 번잡을 지울 수 있을까? 날 숨으로 아침을 내쉬면 욕심을 다 뱉어낼 수 있을까? 멀리 말고 가까운 것에 다하라 하네 많이 말고 주어진 것에 몰입하라 하네 희귀할수록 가치가 더하고 절실할수록 목마르지요 넉넉하지 않으면 세상이 선명해집니다 아쉬움의 잠을 깨워주는 건 부족함입니다 안개가 새벽을 가둬놓고 그만큼이라 합니다 2023. 05. 09. 우포

우포 2023.05.16

사랑의 힘

상상력을 펼치면 항상 희망에 넘치지 당신을 만나는 일이 언제나 그래 아무리 멋졌던 일들도 멋질 거란 생각을 이길 수는 없어 더 다가갈 수 없는 안갯속 풍경처럼 다 피지 않은 꽃 봉오리처럼 다가가려는 것에 대한 떨림과 기대가 주는 설렘보다 행복한 게 있을까? 볼 수 없다면 갈증으로 시달릴 거야 만날 수 없다면 안쓰러움으로 말라갈 거야 느낄 수 없다면 아는 것 따윈 아무 소용없겠지 상상 속의 풍경이 현실이 된다면 결과 말고 시도가 훨씬 소중한 거지 펑펑 시들고 싶지 않아 사랑의 힘이 솟아나기 때문이지 2023. 04. 28. 대청호에서

호수 2023.05.02

아찔한 풍경

시간을 조각내면 영상 같은 영롱한 단면 햇살이 분해되면 화석처럼 박혀있던 풍경이 혼미하게 기어 나오지 깨어나는 것은 다 새로워 다 경이로워 햇살 공이 와 안개 실탄 "탕" 한 방 "탕" 또 한 방 숨 막 힐 새벽사냥 시간의 칸칸마다 고요의 표적 아! 아찔하혀라 쪼개도 보고 잘라도 보고 모양이 천차만별이지요 명명 불별 따져야 할까요 뭉실 두루 넘겨야 할까요 결이 강한 곳에서 머뭅니다 가장 약한 곳에서 멈춥니다 안쓰러운 풍경을 안고 갑니다 마음에 닿는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호수 2023.04.25

아득한 거리

그리움은 호수 건너에서 가물거리지 보이지만 아련한 것 들리지만 아득한 것 출렁이다가 잔잔하지 그리움은 야생동물 다가가면 도망가고 멀리하면 사라지지 급하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분별력의 거리를 지킬 일이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면 급하다고 다가가지 마 느긋하게 멀리하지도 마 기다림의 거리를 지켜야 해 안정의 거리를 잊지 마 분별력을 잃어서 사랑은 도망치는 거야 경남 합천 보조댐

호수 2023.04.18

봄꽃

셀렘만 부풀여 놓고 어제 와서 오늘 가네 피면서 지네 몸으로 켠 등불 스스로 껴고 스스로 끄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쓸쓸하네 길이 있어 갑니다 가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갑니다 울긋했던 것은 나뭇잎이었고 불긋했던 것은 복사꽃이었습니다 만나지 않고 느끼지 못하면 세상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 당신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난 껍데기일 뿐입니다 무주 금강마실길.

바람 2023.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