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30

그 순간

내가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사랑하고 싶어서야 소용돌이치든 잠잠해지든 상관없이 지켜있지 지겹지 않고 지지치도 않아 무단해서 좋아 더 아름다운 세상없지 그러면 됐지. 당신이 출렁일 때 당신의 뜻이겠어? 가만 놔주지 않은 바람이 없으려고 마구 흔들어놓는 파도는 없으려고 나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래 내가 출렁일 때 당신도 출렁이면 혼란스럽잖아 기다리면 본연으로 돌아오는 거니까.

흐름 2024.03.05

"사랑합니다"

숨겨있으면 무슨 소용이랴 드러내지 않은 보석은 묻혀있는 하찮은 돌 바닥을 훑어서라도 캐내야 빛이 나지 "사랑합니다" 드러내어 보여야 해 쓸수록 하염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사랑합니다" 라는 가장 위안되는 말 지속해서 퍼내야 해 줄줄이 샘솟게 해야 해 흩어진 구슬도 꿰어야 보석이 되듯 숲 속의 샘물도 퍼내야 맑아지듯 한낮의 폭염인데 허리까지 가슴까지의 깊이에서 힘겹게 걷어올리는 강바닥의 재첩 보석은 숨어있는 것을 캐내는 일이었구나 하동포구, 재첩잡이

흐름 2021.07.06

錯亂착란의 봄

매화꽃 폈다고 봄이 다 온 것은 아닌데 동백꽃 폈다고 겨울이 다 간 것도 아닌데 착란錯亂의 봄이 꽃을 따라 왔네 이쯤에서 나도 꽃잎처럼 가벼워지고 싶어라 무거운 것들 다 떨쳐 버리고 피어나는 꽃의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가고 싶어라 꽃향기 가득한 꽃망울속으로 악몽을 꾸었다고 아침이 안오는 것은 아니지 겨울이 꽃잎앞에 무너지나니 창궐猖獗한 암울한 기세일랑 "섯지말고, 썩 가거라! " 2020.02,19. 거제 해금강에서

흐름 20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