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31

헐레벌떡

가지를 흔들고꽃잎을 끌어내리고바람인 줄 알았어자연법칙인 줄 알았어 보이지도 않으면서꽃을 調律조율하고시간을 管掌관장하는봄이이라는 괴물이었네 妖妄요망도 해라속에 숨었던 것들 모두 끄집어내네가차 없이 패대기 쳐놓네 빠르기도 하지함께 달려가기엔헐레벌떡기다려 줬더니머물지도 않고돌아도 보지 않고 달려가네마구마구야속하게 2025. 04. 14. 거장 용원정 쌀다리.

흐름 2025.04.22

그 순간

내가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사랑하고 싶어서야 소용돌이치든 잠잠해지든 상관없이 지켜있지 지겹지 않고 지지치도 않아 무단해서 좋아 더 아름다운 세상없지 그러면 됐지. 당신이 출렁일 때 당신의 뜻이겠어? 가만 놔주지 않은 바람이 없으려고 마구 흔들어놓는 파도는 없으려고 나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래 내가 출렁일 때 당신도 출렁이면 혼란스럽잖아 기다리면 본연으로 돌아오는 거니까.

흐름 2024.03.05

"사랑합니다"

숨겨있으면 무슨 소용이랴 드러내지 않은 보석은 묻혀있는 하찮은 돌 바닥을 훑어서라도 캐내야 빛이 나지 "사랑합니다" 드러내어 보여야 해 쓸수록 하염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사랑합니다" 라는 가장 위안되는 말 지속해서 퍼내야 해 줄줄이 샘솟게 해야 해 흩어진 구슬도 꿰어야 보석이 되듯 숲 속의 샘물도 퍼내야 맑아지듯 한낮의 폭염인데 허리까지 가슴까지의 깊이에서 힘겹게 걷어올리는 강바닥의 재첩 보석은 숨어있는 것을 캐내는 일이었구나 하동포구, 재첩잡이

흐름 2021.07.06

錯亂착란의 봄

매화꽃 폈다고 봄이 다 온 것은 아닌데 동백꽃 폈다고 겨울이 다 간 것도 아닌데 착란錯亂의 봄이 꽃을 따라 왔네 이쯤에서 나도 꽃잎처럼 가벼워지고 싶어라 무거운 것들 다 떨쳐 버리고 피어나는 꽃의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가고 싶어라 꽃향기 가득한 꽃망울속으로 악몽을 꾸었다고 아침이 안오는 것은 아니지 겨울이 꽃잎앞에 무너지나니 창궐猖獗한 암울한 기세일랑 "섯지말고, 썩 가거라! " 2020.02,19. 거제 해금강에서

흐름 20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