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 27

꽃***

왜, 천사는 아픈 사람에게 찾아오는 걸까? 감정은 바닥에서 무겁고 꼭짓점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는 걸까? 부처님, 하느님 기도는 슬플 때 찾아오고 열정이 있으면 에너지는 지치지 않고 꿈틀 되는 걸까? 어째서 느낌은 감정은 사랑은 부딪치는 곳에서 더 강해지는 걸까? 허허로운 벌판에서 그대는 이미 알고 있었네 극에 가야 피는 꽃*** 뭇매를 맞고 생긴 耐性내성인데 어디 얼어 죽을라고 차라리 꽃이 되련다. 충주호에서

상고대 2021.02.02

바람의 길목

피할 수 없어서 있는 그대로 받아 들입니다 당신이 온 자리로 맞이하고 당신이 지나간 자리로 팔 다리 몸통까지 틀었습니다 당신의 시간을 몸속에 잔뜩 집어 넣어놨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아프면 호들갑을 떱니다 한달을 앓으면 걸어다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일년을 누워봐야 살아 있음이 축복입니다 세상이 소중하다 느끼는 것은 아파봤기 때문입니다 아파보지 않고는 비울 수 없습니다 세월을 건너는 나무처럼요 태풍에게는 팔뚝하나 내어주고 눈보라 앞에 어께가 휘청이지요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는 게 일입니다 선택권이 없어서 힘들지만은 그 힘으로 역경을 이겨내기에 강직하답니다 당신의 흔적 당신 가는 길 쪽으로 몸을 돌려 놨습니다 태백 만항재

상고대 2020.02.11

12월

잎에 놀던 벌레들 꽃씨같은 꼬치속으로 들어가 잠잠할 텐데 물속 벌거벗은 나무들 그동안 안녕하신가 괜한 기우였구나 12월 외로울 줄 알았는데 위로해 줄 측근 모락모락 곁에 두고 있었네 뭐든지 빠르지 뭐든지 아쉽지 뭐든지 미안하지 핑계삼을 일 없었는데 12월이네 한 해를 정리 한다는 이유로 우리도 만날 일 만들자 상일아 낙운아 오늘 당장 만나 삐뚤어 질 때까지 내가 술값 몽땅 쏠께 2018. 12. 14. 청풍호 연론리. 11818

상고대 2018.12.18

나무의 문장

강이 나무에게 말을 건넨다 추울 수록 마음은 뜨거운가 보다 강의 몸에서 모락한 열이 쎄다 기다렸다는 듯 몸으로 뱉은 고백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나무 강의 말들울 몸마다 칭칭 걸어 놨다 애 썼다고 강의 말을 적어 써내린 나무의 하얀 문장들 안개라 던졌는데 꽃이라 받아 적었다 *** 서 . 리 . 꽃 . * * * 기대하던 것에 대한 실망 기대않던 것에 대한 설렘 엇갈닌 예상 포기아니면 진행 지나고 나면 아니였던 것 바람처럼 지워지고 만나 가슴 상처마져도 훈장처럼 보듬어 지니 내 사랑의 선택은 멈춤없는 진행형이고 열정의 터보엔진이다 충주 남한강 11763

상고대 2018.02.13

눈의 정원

눈이 밀려와서 강의 색을 지웠어 겨울을 건너려고 나무가 무게를 내려놨어 비어서 허전했거나 가벼워 얇아졌거나 빈들은 넓어졌고 가지위로 하늘은 높아졌지 하얀솜이 비단실로 내려앉아 풍경이 우물처럼 깊어졌어 당신의 허술한 어께가 안스러워서 당신의 메마른 가슴이 추울까봐서 솜이불처럼 따듯하게 덮어주고 싶었소 "펑 펑" 하 얗 게 2018. 02.01,31. 남양주 물의 정원 11762

상고대 2018.02.06 (1)

서리꽃

주어진 대로 이뤄야지 오늘만큼은 하얗게 부딪치지 않고서 어떻게 알아 만나지 않고서 뭘 이루겠어 극에 달 하지 않고서 뭘 느끼겠어 산도 꼭데기에 올라 봐야 바다도 심연에 닿아 봐야 높은 줄 알겠지 깊은 줄 아는 거지 속을 공유해야 서로를 이해하지 겨울이 겨울 답듯 당신도 당신 다와야 나도 나 다와야 못나도 잘나도 서로 서로 아는 게지 가볍지 않고 조금은 무겁게 어둡지 말고 약간은 환하게 손을 잡으면 따듯하게 맘을 나누면 뜨겁게 청국장이 뜨는 이유 처럼 상고대가 피는 조건도 똑 같습니다 주변 상황이 정확히 맞혀지는 거지요 온도,습도, 시간,..... 기본이지만 더 중요 한 건 사랑이지요 아니라 말고 맞춰줘야 하나 봅니다 혹한의 상황에서도 가지마다 몸통마다 들어앉아 나무에게 찬란한 꽃 한 번 피워 주는 아, ..

상고대 2018.01.16

경계에서 피는 꽃

끝까지 가봤니 바닥을 처 보기는 했니 천정을 닿는 다는 것은 바닥을 격여야 하는 거고 쓴 맛을 맛보지 않고서 어찌 단 맛을 알 수 있겠니 힘들 때 다진 결심처럼 절실한게 어디 있을라고 풍경도 생각이 있어 극한 앞에서 하얗게 마음을 비우는 구나 극의 꼭지점에서 물도 사람처럼 비상의 결심을 하나 봐 극한상황에서 신을 찾 듯 바다를 찾듯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찾 듯.... 물의 가장 멋진 형태가 비나 눈 쯤으로 생각도 했었지 변형의 극한이 이슬인 줄 알았어 그 중간지점만으로도 만남을 벅차 했거늘 더 이상 갈 수없는 갈 때까의 극점이 감당 못 할 너 였구나 "젠장! , 감당 못 할 상고대" 바닥은 너무 어두워서 천정은 너무 어지러워서 2017. 12. 14. 충주 남한강에서 11753

상고대 201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