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7

오래된 순도

추억 때문에 그리울 때가 있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지 삶이 칠판이라면 덮어쓸 수 없으니 핵심은 별표로 남겨두고 오래된 것은 지워야겠지 다 채울 수는 없으니까 희미한 것부터 지우는 거야 멀리서 덮어 두는 거야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아득하게 써 내려가는 거야 안개처럼 한 순간 아무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찰라든 잠시든 찾아가서 마주한 시간 그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새벽안개 호수 노을 진 붉은 하늘 어둠 속 푸르른 달빛 꽃을 흔드는 벌과 나비의 날갯짓 열매 속에 스미는 바람 햇살 빗방울 태풍 뒤의 언덕, 하늘, 바다 사랑하는 사람의 해맑은 미소 그대로라도 좋은 당신의 깊고도 오래된 순도 아! 옛날은 길고 앞날은 짧네 섬기는 마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 설렘으로 마주 할 수 있게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겠다..

호수 2022.11.22 (3)

물의 변신(안개)

한쪽으로만 치우친다면 다시 시작이란 없을 거야 성향이 그렇다 치더라도 역으로 쳐야 균형이 이뤄지겠지 꽃의 향기 뒤에 숨어 애쓰는 뿌리의 힘처럼 말이야 떠오르는 분신만이 균형이 힘이야 변신하리라 물이 아니야 안개야 솟구쳐 오르리라 부딪치지도 말고 쓰다듬으며 감싸리라 깨지지 않고 조화롭게 섞기어 마음대로 풍경과 풍경을 몽롱하게 짜깁기 하리라 어디서 봤을까? 언제 만났을까? 처음이어도 낯설지 않은 건 꿈결인가 산봉우리 소나무 개여울 왜가리 원추리 달맞이 참나리...... 안개가 수놓은 동강의 새벽 그대로 있으라 문을 닫고 싶었네 풍경의 감옥에 갇혀 버렸네. 2022. 08. 04. 정선 동강.

안개 2022.08.09 (8)

마음의 色색

말속에는 마음이 담겨있지 마음속에 색깔이 있기 때문이야 어떤 말(언어)은 진흙처럼 혼탁 하고 어떤 말은 샘물처럼 청아 하지 채도를 낮추면 깊어지고 명도를 높이면 강해지고 오래 갈건가 즐겁게 갈건가 아니면 어둡게 갈건가 어지럽게 갈건가 잘 꺼내 써야지 마음의 색 아름답게 칠해야 하니까. 아,안개여 다 표현하지 않고도 다 보여주지 않고도 깊은 풍경이 칠해주는 겸허의 색 오색의 찬란을 다 보여주려 했을 텐데 하나라도 더 뽐내려 했을 텐데...... 무색이라니? 보성강, 새벽안개를 뿌려놓고서 "이럴 수도 있는 거야" 온화해지라 합니다. 2020. 11. 보성강.

안개 2020.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