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96

물의 변신(안개)

한쪽으로만 치우친다면 다시 시작이란 없을 거야 성향이 그렇다 치더라도 역으로 쳐야 균형이 이뤄지겠지 꽃의 향기 뒤에 숨어 애쓰는 뿌리의 힘처럼 말이야 떠오르는 분신만이 균형이 힘이야 변신하리라 물이 아니야 안개야 솟구쳐 오르리라 부딪치지도 말고 쓰다듬으며 감싸리라 깨지지 않고 조화롭게 섞기어 마음대로 풍경과 풍경을 몽롱하게 짜깁기 하리라 어디서 봤을까? 언제 만났을까? 처음이어도 낯설지 않은 건 꿈결인가 산봉우리 소나무 개여울 왜가리 원추리 달맞이 참나리...... 안개가 수놓은 동강의 새벽 그대로 있으라 문을 닫고 싶었네 풍경의 감옥에 갇혀 버렸네. 2022. 08. 04. 정선 동강.

안개 2022.08.09 (8)

한계가 없음으로 무한대로 수렴하는 거야 멈춤 없이 밀려가는 물결처럼 지치지 않고 도달하려는 거야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생각지도 말고 선을 긋지도 말자 안갯속 풍경처럼 흐릿하게 가려져 무한의 거리에서라도 당신이 기다려 준다면 난 하염없이 다가갈 수 있어 그게 무릉도원일 테니 3mm 이상에서 ∞ 10mm 이상이면 ∞ 렌즈의 종류에 따라 무한대의 거리는 다릅니다 속도와 초점거리를 무시하고 선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지요 닿을 수 있는 것의 기본원칙은 모든 것이 다 같습니다 2022. 04. 15. 충주 남한강변.

안개 2022.04.19

함께라서

호수가 아름다운 건 산과 나무와 바람과 안개...... 포근하게 안아주기 때문이지요 사랑이 아름다운 건 거친 것, 모난 것, 급한 것..... 아랑 곳 없이 부드럽게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나를 내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혼자서는 다 이를 수가 없다는 것을 여행지의 자연이 일러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겁니다 아름다움은 잘 나고 못 남이 아니라 마지막 열매처럼 조화롭게 어울려야 빛나는 거라고 어디 하나 소홀히 만났을라고 계절, 비바람, 햇살..... 드렸다는 걸 왜? 지고서 고백하나요? 조용히 돌아봅니다 온통 감사, 미안, 고마움뿐 입니다 2021. 11. 19. 변산 부안댐.

안개 2021.11.30

낙엽

물 속이라도 바람 속일지라도 거침이 없다 미련도 없다 가볍게 떠나는 이들은 모두 속을 비웠다 우울하게 세월을 맞이하는 나무는 없네 상황의 노예인 계절도 없다네 겨울의 끝은 봄이고 가을의 끝이 겨울의 시작이라네 되돌릴 수 없지만 항상, 다시 할 수 있네 이치의 자연 안에 끝은 없고 시작은 있네 덤덤히 맞으라 하네 가볍게 걸어가라 하네 2021. 11. 18. 진안.

안개 2021.11.23

주산지 왕버들

몸속으로 세월의 바람 들여 가을을 태우는 왕버들 울음소리 "우우웅" 환청인가 들려오네 숨 쉴 날 머지않았음에도 피기를 지기를...... 두껍게 접어놓은 퇴적의 세월층 앞에 고개 숙이고 싶네 허리 밑 물 잠긴 체로 관절 마비되고 부러져도 푸르른 날들 건너 온 왕버들 투박한 껍질 위로 안개를 밀고 불어오는 시린 바람이 아리네. 지탱해 주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모든 꽃들이 피어난다 주산지 왕버들 인내가 꽃이다 2021. 11. 05. 청송 주산지.

안개 2021.11.16

가을이 말을거네

가을이 몸으로 말을 거네 나무는 행동으로 표현하네 진솔함은 채우는 게 아니라 내려놓는 일이라고 노랗게, 빨갛게 색을 지워놓네 저 산, 저 들이 시름없이 비우네 가을이 온몸으로 말을 하네 호수를 지우는 안개처럼 미련 없이 옷을 벗는 나무처럼 아득한 뒷모습은 지워야 한다고 열려있는 하늘은 비워야 한다고 가을에는 새벽이 나무가 말을 건다 2021. 11. 03. 괴산 문광지

안개 2021.11.09

물안개

물결 같은 흔들림일랑 지워 버려야겠네 길지는 않으니 더 멀리 더 넓게 펼쳐 보아야겠네 호흡을 낮춰 가만히 바라다보면 무거운 가슴이 가벼워지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네 희망은 바닥에서 피어나야 가뿐히 올라가는 것이라고 사랑은 불같이 뜨겁게 지펴야 한다고 말 걸어야겠네 먼지처럼 푸석한 가슴 이슬처럼 玲瓏영롱히 젖었으면 좋겠네 희망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잔잔한 가슴, 파문으로 번지네 사랑은 광장을 밝히는 촛불 내 구석진 마음, 훤히 밝아오네 2021. 10. 21. 진천 백곡지.

안개 2021.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