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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뼈대

그리움을 안고 살기엔견딤의 인내가 너무 잔인해그러나그리움마저 시들어 빛이 바랜다면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삭막할까?많은 것을 공유했거나사랑했으므로바래간다는 것을 잊고 사는 거야걸러지지 않는 생각들과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뼈대처럼 썩지도 않고 지금과 옛날을 지탱해 주지기꺼이         시공을 넘나들며 날아다는 새야경계를 허무러 뜨리는 물이야움직이지도 않고 끄떡 않는 고목이야그쯤 돼야 사랑이야

2024.12.03

鮮明선명한 그림자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야 지나가면 그뿐이고 몸을 적시는 빗물이야 닦아내면 그만이지 적당한 시도였거나 안의의 시간들은 오래가지 못해 가슴에 세긴 것들은 먼 날이 흘러도 왜 더 선명해지는 걸까? 바른 것은 깊은 것은 마음에 스미고 스며 변하지 않아 골동품이 귀한 것처럼 고전이 진리인 것처럼 강하게 갈까? 무지막지로 이어 부칠까? 아니야 작을지라도 속으로 스며 흐를게 아니야 오래가더라도 쉬지 않고 마냥 닿을게

2024.10.29

相思花 상사화

그날이 그날 같고그 꽃이 그 꽃 같지만똑같은 날은 언제도 없고똑같은 꽃은 어디라도 없더라어제의 감정이 다르고오늘의 느낌이 다른데너만은 그대로구나이루지 못한 相思 때문에그리움 품은 가슴은 변하지 않는 거구나      그 꽃 앞에서슬픔을 슬픔이라 하지 마!그 꽃 잎 앞에서그리움을 더 이상 그리움이라 할 수 없지.  2024. 09. 20. 함양 상림.

2024.09.24

捕獲의 그물

꽃 속으로 비가 스미면 내 눈은 어린아이 풀잎에 바람 일렁이면 난 武裝解除무장해제된 숲 속의 평온한 벌레 굳어버린 마음의 근육이 풀리면 맑아져 만나는 純眞無窮순진무궁 멀리하고 싶지 않아 시간을 당신을 筆寫필사하네 비에 바람에 숲에... 捕獲포획의 그물을 치네 기억하려고 메모를 남깁니다 잊히는 게 싫어서 언제든 꺼내 봅니다 지나간 소중했던 시간에 대한 정중한 예의를 지키고 싶어서지요 당신과의 모든 아름다웠던 추억은 죽지 않고 언제나 살아 있습니다.

2024.09.10

無頉무탈의 慰勞위로

아무 때나 있는 것이 아니야조건이 허락될 때 비로소 모습을 보여주는히말라야의 흰 표범처럼만나고 싶은 것은 때를 기다려야 하는 거야꽃잎을 흔드는 폭우가 축복 같은 건마음을 적셨기 때문일 거야감당은 버거울 때나 있는 것몸이 젖는 일쯤이야 취해 봐용기는 겁이 없게 하지사랑에 눈 멀면세상이 뒤집힌다 해도 두려울 게 없어무참하게 때리는 비. .   .부어라!쳐라!부숴 버려라!       견디는 것이 빛나는 것은길었다 거나강했다는 거지보낸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그만하면 다행이었거나무탈의 위로 때문인 거고희망이 저 하늘 끝에 결려 있는지 알았어평범이 기본이라면 난, 사양하겠어기록을 세우는 것은 무서운 거야감당의 이름으로더 큰 무지막지를웃음으로 감당해 내는 거지  2024.08.29. 울진, 도화동산.

2024.09.03

고스란히 젖네

폭우가 길을 막고 눈보라가 발을 묶지 몰아쳐서 오는 것에는 무대책이 대책이야 내가 다가갈 때도 그랬을까? 당신이 올 때도 그랬지 갈절히 원했던 무대책에 포위되어 꽉, 닫혀버린 세상 생각이 증발하고 사지가 마비되지 판단력이 무너져 한 곳에 함빡 빠져버린 단순이 전부라니? 고스란히 젖네 바람의 온도가 바뀌면 쏴 돌아다니기 좋을 때지요 거칠 것 없이 열매는 붉어지고요 하늘은 겁도 없이 높아집니다 폭우가 길을 막고서 젖은 잎은 보라 하네요 바람이 비를 흔들며 소리를 들으라 하네요 산사의 방에 갇혔습니다

2023.09.26

다 사랑 때문이야

아무리 긴 시간도 그대와 함께하면 순간 빛 잃은 어둠 속일지라도 내 가슴은 반짝거려 반복해도 지겹지 않고 거듭해도 아름다워 다 사랑 때문이야 마음을 훔쳐버린 것은 선명이 아니라 몽롱 순조로움은 흘러 강물이 되고 장애였던 것은 남아 흔적이 되네 늘이던가 줄이든가 빛나게 하든가 어슴프레 만들든가 폭포 같은 빗속이 칠흑 같은 어둠이 내 놀이터야 2023. 08. 30. 함양 상림.

2023.09.05

내 사랑

내 사랑 하늘의 뜻처럼 요동치고 꿈틀거렸네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었네 맞닥 드리지 않고선 존재를 알 수 없기에 무리인 줄 알면서 무작정 달렸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네 아니든 기든 보았노라 만났노라 원했음으로 후회는 없다네 저버리지 않는 무지막지 그거면 더 바랄 것 없다네. 눈 멀더라도 귀 막히더라도 식지 마라 사랑아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것이 다라 여기게 하거라 2022. 08. 11. 부안 개암사 배롱꽃.

2022.08.16

신기 너머에 신비가 있습니다

별은 멀리서도 반짝입니다아련함은 눈감아야 보이고요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증으로"똑. 똑. 똑."두드립니다안에 계시죠 어디서 오는지 모를당신에게만 열려있는 무한의 원천으로넘쳐나는 초유의 힘 놀랍게도신기 너머에 신비가 있습니다 아!바로 당신입니다.                          누른다고 으스러지나요조인다고 단단해지나요저항의 힘은 더 할수록 강해져서누구도 못 꺾는 거지요강요는 버리고차라리 스스로의 문이 열릴 때까지기다리겠습니다  2021. 10. 12. 경남 산청.

202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