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33

나무

순리가 세상의 이치라면 물처럼 그냥 흘러 가리라 만나는 것 가리지 않고 보듬는 바람의 손이 되리라 넓고 길게 뻗어가는 시간에게 두둥실 등을 맞기리라 세월의 속살을 아우르며 강처럼 넓어진 가슴으로 내 아픔과 사랑을 온화하게 품으리라 어차피 세월이야 조각나는 것 형태는 사라지고 흔적만 남았네 기둥이야 불타고 지붕이야 부스러져 허망한데 그 옛날 榮華영화를 가늠하는 주춧돌만 고스란히 남아서 "여기가 거기지" 폐사지 성벽 타고 천년을 말없이 지켜온 노거수 오~~~오~~ 오~! 살아있는 부처님이시여 위로하듯 새벽별이 빛나네 원주 거돈사지에서

나무 20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