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33

常綠樹상록수

수구리는 건 좀 야비한 것 같아 처음부터 하늘을 향했잖아 부끄럼은 없어야지 않겠어 鬱鬱靑靑(울울청청)해야지 변화의 무궁함이 시대의 적응이라지만 당당하게 한결로 엮어버린 푸르른 길을 어떻게 하라고 계절을 一貫(일관)으로 견딘다는 것은 운명이겠지 가지는 바람에게 맡겨도 보지만 몸통은 비에게 스며도 보지만 잎이야 내 자존심 푸르름을 잃으면 상록수가 아니지.

나무 2024.04.02

11월!

열병을 앓는 것은 역경이 아니라 내성이야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아픔이 아니라 경험이야 사랑이 끝나면 세상도 끝날 것 같지? 꽃들을 어디로 갔을까 아스라했던 아지랑이도 넘실거리는 폭풍도 지나가면 그뿐이지 달려가는 거야 성취가 아닌 변화를 위하여! 매미소리가 뚝 끊기면 여름은 죽었다 동백꽃이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것처럼 오색단풍이 절정일 때 떠나가는 것처럼 사라지고 나서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 물려주고 물러나는 것들은 다 황홀하다 2022. 11. 2. 영양 자작나무 숲

나무 2022.11.08

나무

순리가 세상의 이치라면 물처럼 그냥 흘러 가리라 만나는 것 가리지 않고 보듬는 바람의 손이 되리라 넓고 길게 뻗어가는 시간에게 두둥실 등을 맞기리라 세월의 속살을 아우르며 강처럼 넓어진 가슴으로 내 아픔과 사랑을 온화하게 품으리라 어차피 세월이야 조각나는 것 형태는 사라지고 흔적만 남았네 기둥이야 불타고 지붕이야 부스러져 허망한데 그 옛날 榮華영화를 가늠하는 주춧돌만 고스란히 남아서 "여기가 거기지" 폐사지 성벽 타고 천년을 말없이 지켜온 노거수 오~~~오~~ 오~! 살아있는 부처님이시여 위로하듯 새벽별이 빛나네 원주 거돈사지에서

나무 20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