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47

시간의 江

갈증에 허덕여 절박해 봤니?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절실한 시간을 불안 속에 떨어는 봤니? 하루가 생의 다인 것처럼 악착의 뿌리를 내리며 헤처 나가지 않으면 보장 없는 날들로 몸도 생각마저도 밧줄보다 질긴 근육이 되어 어떡해서든 시간의 강을 건너가는 거야 전쟁처럼 상황에 대처하지 돌진하며 후퇴해야 해 끝장나기 싫어 스스로의 위로와 쉼 없는 완주를 되새기며 강해야만 한단다 도꼬마리 여뀌 갯메꽃 개꽃아재비 도깨비풀...... 수몰지의 꽃들은 삶이 마라톤이다 뛰어가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강 물이 빠진 시간에 뿌리를 내려 꽃피고 씨 맺혀야 한다 시간이 없다 장마가 오면 물속에 수장돼야 하니까 식물에게도 생각이 있는 듯 성장 속도를 세 배쯤 돌린다 절실하면 이뤄지는 꿈 몸으로 수행 중이다 2022. 06. ..

호수 2022.06.07

자유로이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자유로이 솟아오르지 막을 펼치시라! 앞을 가리시라! 긴가? 민가? 아련한 꿈같은 새벽 취한 듯 아른하지 서로가 온 듯, 안 온 듯 관섭 없는 곳에서 평안이 있나니 보이지 않은 곳에 자유가 있습니다 관섭받지 않는 세상 안개가 만들어 주지요 주와 객이 일치되는 건 행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방해를 지우는 일이지요 흐릿하고 희미한 곳에 더 큰 평안도 있습니다.

호수 2022.03.01

우아한 飛上비상

솟아라 하늘의 지붕 끝을 뚫고 나가듯 펼쳐라 허공의 가장자리까지 휘돌아 오듯 날아야 할 때 날아야 하나니 송곳처럼 날렵하게 양탄자처럼 널찍하게 들판을 가로질러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비상의 필요조건이며 희망의 충분한 이유일 테니 쌩쌩 휙휙 너울너울 저어라 자신감은 信念신념에서 오고 편안함은 信賴신뢰에서 오지 아, 剛健강건한 날개여! 절망은 무거워서 가라앉고 희망은 가벼워서 날아오른다. 준비하지 않으면 희망은 없지요 날개의 힘으로 의지의 힘으로 돌아가야만 할 여정의 먼 길을 대비합니다 게으르지 않겠다고 좌절하지 않겠다고 힘차야겠다고요 자유가 희망이고 희망이 자유입니다. 2022. 01. 18. 주남저수지.

호수 2022.01.25

오래 뎁힌 방

언덕에서 느꼈지 높을수록 멀리 보인다는 것을 헤어진 후에 알았지 멀리 있어야 그립다는 것을 아파서야 깨달았지 무탈함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오래 뎁힌 방이 뜨겁지 사랑이 식지 않도록 요란하지 말아야지 희망하라지만 도망치라는 거야 안주하라지만 멈춰 서라는 거야 자신을 알고 자신에 맞게 살잖아 오고 가는 새들은 피고 지는 꽃들은 욕심도 나태도 모르지 주남저수지.

호수 2022.01.18

빈자리

어디, 여유가 있을라구 기다리는 거지 얼마나 삭막한지는 누가 알랴 빈틈 사이로 들어가는 거야 그래도 그게 어디냐 숨 쉬고 뿌리내리면 기꺼이 꽃필 날 있는 거니까 길게는 사치 여유는 건방 산다는 건 짜임새 있게 재단해야만 건너는 강이야 주어진 시공, 한 번뿐 야물게 강하게 사랑해야지 나는 요 개꽃아재비 나는 요 가장 낮은 곳에서 헐떡이며 여름을 뛰어가는 갯메꽃, 도꼬마리, 여뀌, 개망초, ......풀 기댈 이 없는 곳에서 씨 뿌리고, 싹 내고 꽃 피고 열매 맺고 여유라곤 한 끗도 없기에 힘줄처럼 질지지요 한 시 숨 가쁠 날이기에 금쪽같은 시간을 건너 가야만 합니다 2020. 06. 19. 충주호반

호수 20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