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62

마음

지쳐 흐느적거리는 바닥의 풍경에 눈길이 가네간신히 뿌리로 견디는 척박의 강가에 신경이 쓰이네힘겹게 허덕이며 숨 쉬는 유월의 묵묵한 들판에 마음이 멈추네          아무도 돌보지 않아서스스로 견디는 들꽃이여작은 벌레여계획도 없이 떠돌다눈떠야 하는 발아의 씨앗이여극한에서 이어가기 때문에 끝이란 건 없는 거겠지 그게 세상이야조건이 다를 뿐다른 무언가가 자리를 받은 다음다시 내주는 일이야찬란은 가난 위에서 필 때가장 아름답지어떻게든 연결해야 해하늘의 끝을 알 수 없듯살아가는 일은 뭐가 기다리고 있을 지 몰라무한한 거지.

호수 2024.06.25

세상에서 가징 아름다운 것

들판에 피는 꽃들이옆을 바라다보면서다른 꽃들을 부러워할까 세상에 꿈틀거리는 벌레가주변을 둘러보면서다른 벌레를 시샘이나 할까 아득히헤일 수 없는 세월을 살아오면서'나답게  살아왔지' 그래"너 닮은 건 너뿐이야"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         호수의 새벽풍경해 질 녘 붉은 노을손주의 맑은 미소사모의 마음......비교불가한 것들이 있어서경외롭습니다.

호수 2024.06.11

새벽 낚시터

기다려야지시간이 걸릴 뿐이야만나지 못할 것 있을라고지워야지다 품을 만큼 소화영역이 부족해소중한 것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지           반복과 끈기를 이기는 만남은 없습니다열정과 노력만큼 단단한 것도 없습니다오랫동안 지켜왔던 것들은몸 안으로 들어와 박혀서쉽게 무너지지도 않으며빨리 부서지지도 않습니다.   2024. 05. 09. 충주호에서

호수 2024.05.14

꼭!

내 가슴속에는부레도 있고날개도 있지기꺼이 가야 할그곳상상의 세계로 마음대로 유영하고자유롭게 비상하지내가 설렘으로꼭!닿아야 할 곳에그대 있기 때문이야.        아침에 본 것을 저녁에는  볼 수가 없지요탄력 받은 운동선수처럼진행의 시계가 불붙는 5월!"머물러 있지 마!변화하는 것만이 아름다운 거야"숨 가쁘게 쫓아가지만마음은 자꾸 계절 따라 푸르러집니다.

호수 2024.05.07

태공의 낚싯대

당신을 훔치러 갑니다 내게 없는 고요와 내게 부족한 차분함과 당신의 조화로움과 침묵하는 당신을 향한 경배심을 도둑질합니다 아니면 기다리지요 뜻은 쉽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반복을 거듭하면서 시간이 흐르지요 태공의 낚싯대가 마냥 바쁠 수는 없겠지요 시간을 건너가지 않는 순간은 없습니다 찰나를 낚는 낚싯대의 쾌감처럼 "찰깍" "차 알 깍" "차~ 알~~ 깍" 당신을 마음속에 낚아 놉니다. 2024. 04. 25. 거창 합천호.

호수 2024.04.23

봄꽃 바이러스

진원지는 남녘 매화밭이었어 독감에 걸러 바이러스를 코로나처럼 퍼뜨렸지 너도 나도 콜록 거리며 갖가지 증상으로 열꽃을 뱉어냈어 산수유를 거처 진달래 개나리...... 호수의 버드나무 가지 끝까지 온 나라가 순식간에 난리법석 꽃의 전쟁터라네. 짧은 순간을 왔다 가면서 저리도 몸살을 앓습니다 황홀 찬란을 위해서라면 전부를 태워도 아깝지도 않은가 봅니다 참, 아름다운 4월입니다. 2024. 04. 03. 합천호.

호수 2024.04.09

그래서 좋아

화려하지도 않고 뛰어나지도 않아 머무르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지 은근슬쩍 왔다가 은근쓸쩍 떠나지 모르는 척 감당의 몫으로 남겨 두지 가늠 못할 깊이 때문에 발목을 잡혔어 마음을 뺏겼어 그래서 당신이 좋아 좋아한다고 잡을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품을 수 있을까 내 뜻이 아닌 것임으로 그저 바라 다 볼 일 그저 지켜볼 일이지 2023. 12. 13. 거창 대야리.

호수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