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45

난무한 무법자

산하를 불 지른 亂舞(난무)한 無法者(무법자) 매화, 산수유, 연두이파리...... 한가했던 물가의 물고기 자유로운 유영은 어디까지 넘실거릴까? 軟豆(연두)의 달려갈 곳은 검푸른 초록의 바다 확신이 넘쳐흐르네 아름다운 것은 침략자처럼 거침없이 이글거리며 달려가네. "탕" 소리를 기다리는 출발선의 마라토너처럼 시작의 총성 연두가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아가처럼 연약해 보이지만 시간의 탄력을 받고 전사처럼 푸르름의 갑옷을 갈아입겠지요 견디어 기다린 용광로 꽃들에게 잎들에게 새롭게 시작하는 숨 쉬는 생명들에게 힘찬 응원을 하고 싶은 3월입니다. 2024. 03. 21. 섬진강에서.

바람 2024.03.26

뿌리

중심을 잃지 않으려 실체인 양 그림자(가짜)를 만들어 놓고서 힘을 영유하는 독재자처럼 상처를 위장하려 덮어놓은 반창고처럼 본래를 발아래 감추고 줄기는 갑옷같이 위엄 있게 가지는 날개처럼 자유롭게 넘실넘실 춤추게 하는 거야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부러지진 않잖아 깊게 있는 게 의연한 것이라고? 갑갑도 모르는 말씀이야 굳센 지배가 다 무슨 소용이야 억압된 자유뿐인 걸 어쩌면 강하다는 모든 기준의 뿌리는 헛점의 거짓된 완성품인 거지 다음엔 내가 이파리 할게 아니, 머물러 떠돌지 못하는 나무가 아니라 마음대로 허공을 가로졌는 새나 나비로 태어날래. 뿌리를 믿지 못하는 나뭇가지는 흔들리지 못하겠지 줄기를 사랑하지 않는 이파리는 맘 놓고서 춤출수가 없을 테지 든든하게 믿게 해 놓고 아무도 모르게 날개를 꿈꾸는 내..

바람 2024.03.19

좌절과 절망의 틈새

회오리를 무릅쓰고 흔들림을 감수하고 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가지 암담에 키워낸 힘줄은 질겨 끊어지지 않고 기를 쓰며 일어나서 쓰러질 줄도 모르네 물살의 골과 바람의 등을 굳게 믿어 길을 찾아왔네 하늘의 기운과 땅의 힘이 줄기찬 응원이었지 좌절과 절망의 틈바구니에서 희망이 숨 쉰다네 경계를 지우는 것은 오로지 길 뿐 희망이 곧 길이라네 난 그대의 리트머스시험지 상황에 따라 파랗게도 질리고 빨갛게도 뜨겁지 그대는 나의 바람 뒤집어 흔드는 태풍 속삭거리는 소슬바람

바람 2023.11.14

꽃밭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버티지 말고 흔들리다가 일어설 거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연하게 그리 긴 시간도 아닌데 아끼지 않고 세포 끝까지 불사를 거야 화사하게 굵고 짧은 것들은 확실하고 또렷해서 눈을 멀게 하거나 단판을 내려하지 길고 오래 지켜보는 것들은 온화하고 흐릿하여 마음을 앉히거나 여운의 부드러움을 남기지 바람을 가둬놓고 시간을 연장해 놓아 보면 느긋함의 평온함에 혼미하지

바람 2023.10.03

백일홍

의지보다 강한 힘이 있을라고 남들은 길어야 열흘이라던데 굳이 운명이 폭염의 전쟁터라니 사랑에 빠졌느냐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미친 짓 아니니? 간절하면 믿음이 솟아나는 거 "내 사랑은 남 다르지 기꺼이 보여 주리라 두려움쯤 탱크처럼 거침없이 짓 밝고 넘어가리라" 백일이 붉어 붙여진 이름 멋지지 않니? 백. 일. 동안 시들지 않거든 붉어 뜨겁거든 오늘은 온몸으로 바람 맞는 날 그의 결로 춤추는 날 신나는 날

바람 2023.08.22

봄꽃

셀렘만 부풀여 놓고 어제 와서 오늘 가네 피면서 지네 몸으로 켠 등불 스스로 껴고 스스로 끄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쓸쓸하네 길이 있어 갑니다 가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갑니다 울긋했던 것은 나뭇잎이었고 불긋했던 것은 복사꽃이었습니다 만나지 않고 느끼지 못하면 세상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 당신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난 껍데기일 뿐입니다 무주 금강마실길.

바람 2023.04.11

勇氣용기

취한 듯 미친 듯 아니면 어떻게 당신에게 다가설 수 있을까? 은은하지 말고 화려하게 온화하지 말고 빛나게 망설이지 말고 단호하게 사랑한다 말하리라 크고 명확하게 시도하는 것이 용기야 표현하는 것이 사랑이야 돌아가더라도 결코 피하지 않으리라 취하지 않고 미치지 않고 어떻게 사랑을 말할까? 단순하게 마주 하리라 비 내리면 빗속으로 가리라 바람 불면 바람 속으로 들어 가리라 2022. 10. 함양 상림 바늘꽃

바람 2022.11.01

몽환의 바다

자락에 살포시 앉은 구름바다 산을 배인 양 띄웠다 숲을 가라앉힌 안개바다 산이 둥둥 떠내려간다 꽃이 물고기처럼 헤엄을 친다 꽃쥐손이, 노랑장대, 광대수염, 개당귀, 범꼬리, 풀솜대,졸망제비,노루오줌..... 자작나무 잎새로 바람 스밀 때 향기에 취한 내 마음 부초처럼 출렁인다 켭켭산중, 층층능선, 몽환의 바다에 갇혀 세상이 나를 싣고 통째로 떠내려간다 저리도 화려하니 유월, 금방 가겠다 저리도 어지러우니 봄은 또 얼마나 짧을까 2022. 06. 16. 함백산 만항재.

바람 2022.06.21

붉은 엔진

사월은 신록의 돛을 올려 붉은 엔진까지 장착하고 질주하는 과속의 유람선이다 놀이터에 풀어놓은 세 살배기 우리 손자처럼 통제 안 되는 브레이크 없는 위태로운 자동차다 앞 외엔 보이 질 않으니 겁 없다 거침없다 잡으려 하니 저만치 가있다 앞만 있고 뒤는 없디 그러니까 봄이다 누가 여기서 들뜨지 않을까? 지만 타면 되지 지나는 사람 다 막아놓고서 가슴으로 부딪쳐 불을 지를까? 참 모질다 2022. 04. 20. 강진 남미륵사.

바람 202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