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41

몽환의 바다

자락에 살포시 앉은 구름바다 산을 배인 양 띄웠다 숲을 가라앉힌 안개바다 산이 둥둥 떠내려간다 꽃이 물고기처럼 헤엄을 친다 꽃쥐손이, 노랑장대, 광대수염, 개당귀, 범꼬리, 풀솜대,졸망제비,노루오줌..... 자작나무 잎새로 바람 스밀 때 향기에 취한 내 마음 부초처럼 출렁인다 켭켭산중, 층층능선, 몽환의 바다에 갇혀 세상이 나를 싣고 통째로 떠내려간다 저리도 화려하니 유월, 금방 가겠다 저리도 어지러우니 봄은 또 얼마나 짧을까 2022. 06. 16. 함백산 만항재.

바람 2022.06.21

붉은 엔진

사월은 신록의 돛을 올려 붉은 엔진까지 장착하고 질주하는 과속의 유람선이다 놀이터에 풀어놓은 세 살배기 우리 손자처럼 통제 안 되는 브레이크 없는 위태로운 자동차다 앞 외엔 보이 질 않으니 겁 없다 거침없다 잡으려 하니 저만치 가있다 앞만 있고 뒤는 없디 그러니까 봄이다 누가 여기서 들뜨지 않을까? 지만 타면 되지 지나는 사람 다 막아놓고서 가슴으로 부딪쳐 불을 지를까? 참 모질다 2022. 04. 20. 강진 남미륵사.

바람 2022.04.26

별처럼

님이라는 이름 하나로 세상 모든 꽃들은 어둠 속에서도 환히 피우는 거겠지 빛이라는 님! 사랑이라는 님! 열망, 욕구마저 반대에 대항하여야만 더욱 빛이 나리라 어두워야 빛나는 별처럼. 혼자서 빛나는 별이 있을까 혼자서 피는 꽃이 있을까 누구와 어울리냐를 무시할 수 없지 주변 없는 혼자는 아무것도 아니야 황금들녘 안의 미국쑥부쟁이 어둠 속의 들국화...... 함께하는 세상이 아름답지 2021. 10. 02. 평창 봉평

바람 2021.10.05

반대의 힘으로

작은 것에 눈이 가고 부드러운 것에 마음 가네 바위산은 잘도 넘으면서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지 모기 한 마리가 코끼리를 쓰러뜨려 잡힌 건 바람의 살랑이는 덫 멈춘 건 흔들린 유혹의 꽃잎 온화한 건 벌 나비의 날갯짓, 새 울음소리 설레는 건 떠날 수 있는 쉼 없는 갈 곳이 있기 때문이야 욕쟁이 할머니는 사로잡을 음식 맛으로 무마되고 누워있는 건 병든 몸이라서 용서되고 넘어지는 건 일어서려는 힘으로 허용되지 흔들리는 건 부드럽기 때문이야 부드러움은 절대로 꺾이지 않지 반대의 힘으로 세상은 시소처럼 평평하게 잘 지탱되지 2020. 06. 22. 만항재, 범꼬리

바람 2021.06.29

그물의 향기

물을 건너 보내고 바람을 흘려 보내네 강하든 부드럽든 밤이든 낮이든 휘청이지만 넘어지지 않네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네 벽이 되기 싫어서 바람의 말을 듣네 물의 향기를 맡네 생각을 날개처럼 펴고 강 건너 당신에게 날아 갑니다 멈추지 않고 환하게 마음을 열쇠처럼 풀고 산 너머 당신에게 건너 갑니다 자유 안에 끝없음을 만나지요 함평 손불해안.

바람 202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