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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멀다!

행여나 자리를 비워둔 사이 놓쳐 버릴 것 같아 안절부절 하지만 그것은 조급함 일 뿐이야 본능에 의지하는 힘은 기다림이 앙금으로 깔려있지 세상이 험해진 탓이야 알 수는 없지만 예상모를 봄 같은 겨울일 줄이야 성금 한 것들은 가짜야 위장된 것들로 즐비해서 찾아오는 불안 때문에 잠식되는 건 영혼뿐 때를 믿어야지 기다림을 신뢰해야지 가는 길도 오는 길도 통, 모르겠는데 꿰뚫고 있었구나 길, 멀다~~~ 날아야지 때를 믿고서 오는 꽃 때를 알고서 가는 새 봄과 겨울의 틈새에 본능이 꿈틀 거리는 들판입니다 반복의 오랜 시간에 보이지 않는 숨은 곳에서의 숨바꼭질처럼 게임이 끝나고 시작되네요 떨치고 맞이하는 봄의 길녘으로 마음을 달리고 싶어 지네요 2024. 02. 15. 순천만 흑두루미.

2024.02.20

안녕히

왔으니까 가겠지 미련해서 미련만 남네 당연한 줄 알면서 순리인 지 알면서 아니라 하지 못한 건 바보 같은 정 그걸 되풀이하면서 어찌하여 버리지 못할까? 부디 안녕히! 갈 곳이 있어 멈출 수 없어 하늘을 메우지 연습이야 두려움 없는 여정이 있을 라고 아주 먼 길이라서 뱅뱅 다 같이 도달하려는 극기훈련이야 어지럽지 않고서는 닿을 수 없을 곳 까지거든 순천만 흑두루미

2023.02.21

氾濫범람

멀리 있는 것은 애틋하여 마음으로만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생생하여 눈으로만 보이네 어떤 건 오래고, 어떤 건 잠시니 무엇이 귀하고, 무엇이 소홀한 지 가눌 길 없네 머무름이 길다한들 100년이나 할까 흘러감이 짧다한들 찰나 속이라네 강산에 둑방 물 넘치 듯 지체 못 할 봄이 범람하고 있네 때가 되면 본능이 스멀스멀 살아나 일러주지 않아도 제 할 일 알아하는 생명의 힘 부리가 손이다 장대가 집의 기둥이고 뿌리, 잔가지가 신혼방이다 氣기찬일이다 2022. 04. 26. 여주 신접리.

2022.05.03

정직한 질서

달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온 바다가 쓸리고 당겨지기도 하지 기운이 드리우면 스스로 펼치시라 시키지 않아도 어둠은 빛으로 소환되고 찬란히 날개 펴는 새벽에 숨이 벅차 난, 괜스레 죄인처럼 가슴이 쫄아드네 때를 기다리는 것에는 정직한 질서가 있었네 이치가 어긋났다간 감당해야 할 서글픈 참담과 고난의 쓴맛으로 계절은 섬겨야 할 경건한 경전이네 올 길을 알고 갈 때를 알았으니 너의 다져진 심장는 불이지 너의 달련된 날개는 강철이지 급하지도 더디지도 않게 기다림의 이력으로 오고 갈 때를 아는 재두루미 고니 기러기로 호숫가의 2월이 분주합니다 최선의 위로는 부끄럽지 않아야 된다고 최선의 선택은 순리에 정직해야 하는 거라고 최선의 사랑은 할 일에 책임지는 거라고요 인내의 내력으로 기다리면 다시 순환. 2022. 02..

2022.02.22

철새처럼

내 것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내 것이 아니라고? 숨 쉬고 머무를 수 있는 곳 그게 어딘데 유랑자여서 바랄 것 없다고? 주어진 것은 받은 게 아니라 잠시 머물러 빌려 쓰는 것 고스란히 헤치지 말고 넘겨주는 거라고? 왔다 가더라도 아무에게 피해 안 되게 손님으로 지나가면 되는 거라고? 그 걸 모르고 주인인 냥 내 것이라 휘둘렸네 부끄럽게도. 자연의 주인이 누구인가? 물려받은 게 아니야 후손에게 잠시 빌린 거지 표시 안 내고 지나가는 손님이면 족한 거지 철새처럼 2021. 12. 22. 주남저수지.

2021.12.28

"찰칵"

아름답게 도금되는 흘러간 추억도 아니야 반짝이며 비상하는 허황된 미래도 아니야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존재하는 현재 진행형 보고 듣고 다가가서 생각하고 느끼고 만나고 놓치면 후회될까 두려워 미세한 혈관의 끝 세포까지 전율하고 봉기할 찰라 "찰칵" 만날 때마다 소중한 선물 그게 바로 너야 현재가 과연 존재할까? 눈을 감고 뜨는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미래에서 과거다 과거는 지나며 아름다워지고 미래는 꿈꾸며 황홀하다 평범했던 것이 행복했었노라 그것도 한 때는 지금이었다 힘들다고? 더 고될 수도 있으니까 바로 지금이 화양연화 일지 모르겠다 撮影 촬영은 미래를 그릴 수 없고 과거를 소환하지도 않는다 현재만 담길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대해야겠다 "찰칵"만 허용하는 사진처럼.

2021.12.21

둥글 일

직선으로 나는 새를 본 적이 없다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죽은 나무일뿐 뻣뻣이 서서 사냥하는 짐승은 없다 마주하는 일은 흔들리는 일 비스듬히 몸을 수그리는 일 삐딱해야 바람이 무사하다 부드러워야 건널 수 있는 일 내 사랑 좀 더 둥글 일이다. 둥지를 틀었으면 잘 지킬 일이구나 보수의 길을 무단히 걷는 일 만들 때만큼 못지않구나 나무에게 쉼이란 죽음이다 새들에게 휴식이란 사랑(새끼)이다. 2021. 05. 22. 여주 신접리, 백로와 왜가리 번식지.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