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4

태공의 낚싯대

당신을 훔치러 갑니다 내게 없는 고요와 내게 부족한 차분함과 당신의 조화로움과 침묵하는 당신을 향한 경배심을 도둑질합니다 아니면 기다리지요 뜻은 쉽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반복을 거듭하면서 시간이 흐르지요 태공의 낚싯대가 마냥 바쁠 수는 없겠지요 시간을 건너가지 않는 순간은 없습니다 찰나를 낚는 낚싯대의 쾌감처럼 "찰깍" "차 알 깍" "차~ 알~~ 깍" 당신을 마음속에 낚아 놉니다. 2024. 04. 25. 거창 합천호.

호수 2024.04.23

꽃길에서

있어서 행복하다고요? 믾아서 바랄 게 없다고요? 넘치지도 말고 마르지도 않고 소신 것 흐르는 것이 파도에 휘말리지 않더라고요 새것이 좋다고요? 귀한 것이 만족하다고요?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고 때 되어 잊지 않고 찾아주는 바람이 가장 신선하더라고요 내가 좋을 땐 꿀벌처럼 사람도 꼬여 들었지 내가 힘들 땐 밀물처럼 썰렁하게 다 떠나버렸지 무슨 소용이겠어 서운할 것도 만족할 것도 중심 앞에선 먼지 같은 거 몇십 년 이도 한 번이면 된다고 하네 2024. 04. 11. 충주 복탄 2리.

2024.04.16

봄꽃 바이러스

진원지는 남녘 매화밭이었어 독감에 걸러 바이러스를 코로나처럼 퍼뜨렸지 너도 나도 콜록 거리며 갖가지 증상으로 열꽃을 뱉어냈어 산수유를 거처 진달래 개나리...... 호수의 버드나무 가지 끝까지 온 나라가 순식간에 난리법석 꽃의 전쟁터라네. 짧은 순간을 왔다 가면서 저리도 몸살을 앓습니다 황홀 찬란을 위해서라면 전부를 태워도 아깝지도 않은가 봅니다 참, 아름다운 4월입니다. 2024. 04. 03. 합천호.

호수 2024.04.09

常綠樹상록수

수구리는 건 좀 야비한 것 같아 처음부터 하늘을 향했잖아 부끄럼은 없어야지 않겠어 鬱鬱靑靑(울울청청)해야지 변화의 무궁함이 시대의 적응이라지만 당당하게 한결로 엮어버린 푸르른 길을 어떻게 하라고 계절을 一貫(일관)으로 견딘다는 것은 운명이겠지 가지는 바람에게 맡겨도 보지만 몸통은 비에게 스며도 보지만 잎이야 내 자존심 푸르름을 잃으면 상록수가 아니지.

나무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