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16

좌절의 꽃

여행은 보석이 숨어있는 광산이야 어느 곳을 파더라도 다른 보석이 나오지 삶과 여행은 언제나 신비롭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을 빗나간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내공이란 근력을 키우며 뜻밖의 깨달음과 알지 못하던 새로움을 가져다주지 행복과 기쁨은 고난과 좌절의 꽃이야 광산의 숨은 보석 같아서 어디를 파고 들어가더라도 다른 보석을 만나지

바다 2022.12.13

오래된 순도

추억 때문에 그리울 때가 있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지 삶이 칠판이라면 덮어쓸 수 없으니 핵심은 별표로 남겨두고 오래된 것은 지워야겠지 다 채울 수는 없으니까 희미한 것부터 지우는 거야 멀리서 덮어 두는 거야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아득하게 써 내려가는 거야 안개처럼 한 순간 아무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찰라든 잠시든 찾아가서 마주한 시간 그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새벽안개 호수 노을 진 붉은 하늘 어둠 속 푸르른 달빛 꽃을 흔드는 벌과 나비의 날갯짓 열매 속에 스미는 바람 햇살 빗방울 태풍 뒤의 언덕, 하늘, 바다 사랑하는 사람의 해맑은 미소 그대로라도 좋은 당신의 깊고도 오래된 순도 아! 옛날은 길고 앞날은 짧네 섬기는 마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 설렘으로 마주 할 수 있게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겠다..

호수 2022.11.22

사라진 경계

종소리보다 청아한 물안개가 북소리처럼 커져 울려 퍼지면 숲과 늪 너와 나의 보일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경계가 허물어지지 더 이상 남이 아니야 지우는 일처럼 무한한 게 있을까 접는 일처럼 평온한 것이 있을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경계를 없애는 일 지워진 곳에서 가슴을 내주고 등을 보여주는 일이지 투명하기 때문에 깨지고 선명하게 때문에 멀어진다 간명하기 때문에 의아하고 분명하기 때문에 섞일 수 없다 2022. 11. 2. 창녕 우포늪 쪽지벌

우포 2022.11.15

11월!

열병을 앓는 것은 역경이 아니라 내성이야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아픔이 아니라 경험이야 사랑이 끝나면 세상도 끝날 것 같지? 꽃들을 어디로 갔을까 아스라했던 아지랑이도 넘실거리는 폭풍도 지나가면 그뿐이지 달려가는 거야 성취가 아닌 변화를 위하여! 매미소리가 뚝 끊기면 여름은 죽었다 동백꽃이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것처럼 오색단풍이 절정일 때 떠나가는 것처럼 사라지고 나서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 물려주고 물러나는 것들은 다 황홀하다 2022. 11. 2. 영양 자작나무 숲

나무 2022.11.08

勇氣용기

취한 듯 미친 듯 아니면 어떻게 당신에게 다가설 수 있을까? 은은하지 말고 화려하게 온화하지 말고 빛나게 망설이지 말고 단호하게 사랑한다 말하리라 크고 명확하게 시도하는 것이 용기야 표현하는 것이 사랑이야 돌아가더라도 결코 피하지 않으리라 취하지 않고 미치지 않고 어떻게 사랑을 말할까? 단순하게 마주 하리라 비 내리면 빗속으로 가리라 바람 불면 바람 속으로 들어 가리라 2022. 10. 함양 상림 바늘꽃

바람 2022.11.01

견디는 일 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

번뇌일랑 비, 바람에게 도난당했다 생각을 햇살에게 맡겨 버렸다 악착으로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을 건넜다 삶을 이길 수 없는 것들이 이기게 해 주고 이길 수 있는 것들이 이길 수 없게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했던 것들이 가끔은 친절하게 많이는 불친절하게 되풀이 쌓여 나를 안내했다 앞일은 예상 일 뿐 때론 모를 일들이 견디는 이유였다 맞닥 드려야지 후회는 남기기 말아야 하니까 알곡으로 채워지든 쭉정이로 남겨지든 견디는 일처럼 아름다운 게 있을까? 결실의 계절입니다 익는다는 것은 비 바람 햇살...... 시간의 강을 건너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숭고이지요 햇살도 익어서 알곡마다 잎새마다 은빛 가루를 입혔습니다 가을이 아름다운 건 견딤이라고 "당신도 그러하시죠" 자연의 훈수 아찔한 한마디 에밀레종처럼..

풍경 2022.10.25

황홀한 축제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삶의 공식이라 정하리 끝없는 것이 있을까? 재앙도 희망도 그렇잖아 때가 되면 오고 가는 안개처럼 세월을 노래하는 새처럼 계절을 채워주는 꽃처럼 잠시 빌려 쓰고 가는 양보의 자연을 섬기고 싶어 주어진대로 흘러가야지 변화 없인 새로움이란 없겠지요 기온의 변화로 새로운 가을이 열리고 기온의 차이로 안개가 펼쳐집니다 10월의 호수마다 새벽을 빌려 쓰는 안개의 심연 황홀한 축제에 주체할 수 없읍니다 정신이 혼미하고 마음이 휘청거립니다 2022. 09. 28. 대청호

안개 2022.10.04

가을엔

많은 것 얻지 못했더라도 당신 생각하면 두근대는 가슴 뜨거워지지 ‘그래도 세상 헛살지는 않았구나’ 추억의 단층 속에는 층층이 당신이 새겨져 있네 바람 불고 푸르른 날이면 나이테 같은 엷은 단층 하나 덧칠하고 싶어 무거운 것일랑 다 덜어내고 가을엔 새벽잠 깨어 붉은 해 가슴에 안고서 지난 일 되새기면서 세상 끝까지라도 걸어가고 싶어 자유롭게 새들처럼 가을엔 잡초도 꽃으로 보이네 카메라를 메면 풍경이 그림일쎄 꽃이라 생각하니 뽑을 풀 없고 보석이라 생각하니 버릴 돌 없네 전북 부안 변산반도

바다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