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오래돼서 좋은

영원과 하루 2023. 6. 6. 04:17

내가 맘대로 들어갈 곳은 빈 공간

내가 편히 쉴  곳은 낡고 오래된 넉넉

내가 좋아하는 것은

유리처럼 선명함 아닌

안개 같은 희미함

내가 취하고 싶은 것은

소나무처럼 꼿꼿함이 아닌

갈대 같은 흔들림

내가 함께하고 싶은 것은

낡고 헐렁한 츄리닝

금가고 깨진 질그릇 같은 오래된 것

내 사랑은

따질 것 없이

이해하고 받아 주었던 거

깐깐보다는 넉넉이었네

당신처럼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편안한 오래돼서 좋은

신발 같은 것이었네

허술이었네

 

 

 

 

 

 

 

 

 

 

깐깐하지 않기

분명하지도 않기

여명 안개 바람인 듯

밝음과 흐릿, 또렷과 희미

산정에 서면

커다란 그릇처럼 넉넉이 보이네 

새벽은 언제나

도둑처럼 도망치고

버무리듯 비벼진 풍경 

활용범위는 바다 같고

생각범위는 우물 같고

허용범위는 하늘 같네

 

안개호수는

                   넓고

                           깊고

                                    넉넉하네

 

 

2023. 05. 26. 임실 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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