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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물 속이라도 바람 속일지라도 거침이 없다 미련도 없다 가볍게 떠나는 이들은 모두 속을 비웠다 우울하게 세월을 맞이하는 나무는 없네 상황의 노예인 계절도 없다네 겨울의 끝은 봄이고 가을의 끝이 겨울의 시작이라네 되돌릴 수 없지만 항상, 다시 할 수 있네 이치의 자연 안에 끝은 없고 시작은 있네 덤덤히 맞으라 하네 가볍게 걸어가라 하네 2021. 11. 18. 진안.

안개 2021.11.23

주산지 왕버들

몸속으로 세월의 바람 들여 가을을 태우는 왕버들 울음소리 "우우웅" 환청인가 들려오네 숨 쉴 날 머지않았음에도 피기를 지기를...... 두껍게 접어놓은 퇴적의 세월층 앞에 고개 숙이고 싶네 허리 밑 물 잠긴 체로 관절 마비되고 부러져도 푸르른 날들 건너 온 왕버들 투박한 껍질 위로 안개를 밀고 불어오는 시린 바람이 아리네. 지탱해 주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모든 꽃들이 피어난다 주산지 왕버들 인내가 꽃이다 2021. 11. 05. 청송 주산지.

안개 2021.11.16

가을이 말을거네

가을이 몸으로 말을 거네 나무는 행동으로 표현하네 진솔함은 채우는 게 아니라 내려놓는 일이라고 노랗게, 빨갛게 색을 지워놓네 저 산, 저 들이 시름없이 비우네 가을이 온몸으로 말을 하네 호수를 지우는 안개처럼 미련 없이 옷을 벗는 나무처럼 아득한 뒷모습은 지워야 한다고 열려있는 하늘은 비워야 한다고 가을에는 새벽이 나무가 말을 건다 2021. 11. 03. 괴산 문광지

안개 2021.11.09

물안개

물결 같은 흔들림일랑 지워 버려야겠네 길지는 않으니 더 멀리 더 넓게 펼쳐 보아야겠네 호흡을 낮춰 가만히 바라다보면 무거운 가슴이 가벼워지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네 희망은 바닥에서 피어나야 가뿐히 올라가는 것이라고 사랑은 불같이 뜨겁게 지펴야 한다고 말 걸어야겠네 먼지처럼 푸석한 가슴 이슬처럼 玲瓏영롱히 젖었으면 좋겠네 희망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잔잔한 가슴, 파문으로 번지네 사랑은 광장을 밝히는 촛불 내 구석진 마음, 훤히 밝아오네 2021. 10. 21. 진천 백곡지.

안개 2021.10.26

신기 너머에 신비가 있습니다

별은 멀리서도 반짝입니다 아련함은 눈감아야 보이고요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증으로 "똑. 똑. 똑."두드립니다 안에 계시죠 어디서 오는지 모를 당신에게만 열려있는 무한의 원천으로 넘쳐나는 초유의 힘 놀랍게도 신기 너머에 신비가 있습니다 아! 바로 당신 입니다. 누른다고 으스러지나요 조인다고 단단해지나요 저항의 힘은 더 할수록 강해져서 누구도 못 꺾는 거지요 강요는 버리고 차라리 스스로의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2021. 10. 12. 경남 산청.

2021.10.19

별처럼

님이라는 이름 하나로 세상 모든 꽃들은 어둠 속에서도 환히 피우는 거겠지 빛이라는 님! 사랑이라는 님! 열망, 욕구마저 반대에 대항하여야만 더욱 빛이 나리라 어두워야 빛나는 별처럼. 혼자서 빛나는 별이 있을까 혼자서 피는 꽃이 있을까 누구와 어울리냐를 무시할 수 없지 주변 없는 혼자는 아무것도 아니야 황금들녘 안의 미국쑥부쟁이 어둠 속의 들국화...... 함께하는 세상이 아름답지 2021. 10. 02. 평창 봉평

바람 2021.10.05

千差萬別 천차만별

똑같아 보일 테지 하지만 다른 모습을 생각 못 했던 거야 시간을 바꿔 봐 밝고 어둡고 천지간이란 걸 알게 될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보았던 일 위치를 바꿔 봐 위, 아래 세상, 만별로 달리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야 나 말고 네에게로 입장을 바꿔 봐 옳고 그름이 무엇 때문인 지 구별 될 거야 새벽노을은 사라지고도 꼬리 같은 여운을 남기지요 그치고 나서도 오랫동안 남아있는 종소리의 공명처럼 내 영혼의 맑은 면을 찾아 두~웅~둥~ 두드려서 바람 속에 머무릅니다 한동안 태백 매봉산

풍경 202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