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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의 노래

나무의 밑동이 흔들리면 우둠지에선 난리법석 요동이 일지 계곡이 깊을수록 메아리는 더 크게 돌아오잖아 소리가 바람 되어 태풍으로 다가갈 거야 뜨거움 앞에 녹지 않는 쇳덩이 없듯 장풍에 넘어가지 않는 벽도 없듯 안에서 살아 타는 불꽃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다 할 때까지 태워야 되지 않겠어 갈망의 노래 뜨거워야 해 길은 뜻하는 곳에서 환하게 뚫리나니 두드려라 열리나니 가장 폼나게 가장 멋지게 날아라 개개비 울어라 꽃새여! 지치지 않고 시도하라 사랑이 깊다는 걸 절창의 노래 목이 터져서라도 불러주렴 시작이 있으니 아득히 끝이 보이네.

연꽃 2021.07.13

"사랑합니다"

숨겨있으면 무슨 소용이랴 드러내지 않은 보석은 묻혀있는 하찮은 돌 바닥을 훑어서라도 캐내야 빛이 나지 "사랑합니다" 드러내어 보여야 해 쓸수록 하염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사랑합니다" 라는 가장 위안되는 말 지속해서 퍼내야 해 줄줄이 샘솟게 해야 해 흩어진 구슬도 꿰어야 보석이 되듯 숲 속의 샘물도 퍼내야 맑아지듯 한낮의 폭염인데 허리까지 가슴까지의 깊이에서 힘겹게 걷어올리는 강바닥의 재첩 보석은 숨어있는 것을 캐내는 일이었구나 하동포구, 재첩잡이

흐름 2021.07.06

반대의 힘으로

작은 것에 눈이 가고 부드러운 것에 마음 가네 바위산은 잘도 넘으면서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지 모기 한 마리가 코끼리를 쓰러뜨려 잡힌 건 바람의 살랑이는 덫 멈춘 건 흔들린 유혹의 꽃잎 온화한 건 벌 나비의 날갯짓, 새 울음소리 설레는 건 떠날 수 있는 쉼 없는 갈 곳이 있기 때문이야 욕쟁이 할머니는 사로잡을 음식 맛으로 무마되고 누워있는 건 병든 몸이라서 용서되고 넘어지는 건 일어서려는 힘으로 허용되지 흔들리는 건 부드럽기 때문이야 부드러움은 절대로 꺾이지 않지 반대의 힘으로 세상은 시소처럼 평평하게 잘 지탱되지 2020. 06. 22. 만항재, 범꼬리

바람 2021.06.29

지극한 경지

멀리 있어도 멀지 않네 때론 가까이 있어도 가깝지 않네 형체 없는 마음 때문이라네 틈이 없어도 연기처럼 들어가고 날개 없이도 나비처럼 날아가네 가라앉히면 욕심도 지우고 부풀리면 오묘의 꿈속도 걸을 수 있네 마음속 당신과 나의 거리는 無무라서 멀리 있어도 멀지 않다네. 도요새/ 나는 먼길 떠나는 고달픈 나그네 날개 펼치면 밤낮 쉼 없이 가지 日, 月이 좌표라네 봄, 가을, 계절이 넘어가면 뻘밭은 여정의 주유소 충전을 위한 휴식처라네 일생의 반은 여기저기 높이 난다고 야망이라고? 멀리 간다고 정복이라고? 그건, 욕망의 잣대 슬플 일도 기쁠 일도 아니네 주어진 길 衰盡쇠진토록 삶을 구현하는 거라네 그저 자연이란 순리를 따라서 나는 거라네.

바다 2021.06.15

둥글 일

직선으로 나는 새를 본 적이 없다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죽은 나무일뿐 뻣뻣이 서서 사냥하는 짐승은 없다 마주하는 일은 흔들리는 일 비스듬히 몸을 수그리는 일 삐딱해야 바람이 무사하다 부드러워야 건널 수 있는 일 내 사랑 좀 더 둥글 일이다. 둥지를 틀었으면 잘 지킬 일이구나 보수의 길을 무단히 걷는 일 만들 때만큼 못지않구나 나무에게 쉼이란 죽음이다 새들에게 휴식이란 사랑(새끼)이다. 2021. 05. 22. 여주 신접리, 백로와 왜가리 번식지.

2021.05.25

그물의 향기

물을 건너 보내고 바람을 흘려 보내네 강하든 부드럽든 밤이든 낮이든 휘청이지만 넘어지지 않네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네 벽이 되기 싫어서 바람의 말을 듣네 물의 향기를 맡네 생각을 날개처럼 펴고 강 건너 당신에게 날아 갑니다 멈추지 않고 환하게 마음을 열쇠처럼 풀고 산 너머 당신에게 건너 갑니다 자유 안에 끝없음을 만나지요 함평 손불해안.

장노출 2021.05.18

그렇구나

그 봄 이름 모를 산자락마다 눈이 부셨지 아낌없이 뜨겁게 피어 그곳 꽃자리인 줄 알았어 스치는 것은 바람 같아 흘려 보냈지만 만나는 것은 매듭 같아서 타래처럼 곱게 엮고 싶었지 바람은 얌전히 절여두고 고요일랑 밤 새 고아 곰국 같은 뽀얀 호수 찐하게도 우려 놓았네 잎새마다 맺힌 햇살로 잉걸 같은 이글대는 새벽 그렇구나 시작은 뜨겁게 여는 거였구나 차이 나는 것이 만나서 내는 충돌은 크지 불은 뜨겁고 물은 차갑고 부딪쳐 봐야 사달이 나는 거야 낮과 밤 밤과 낮 경계에서 일이 벌어지지 숨어 있던 안개 불처럼 찐하게 다 피워내는 거야 예당호에서

안개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