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그렇구나

영원과 하루 2021. 5. 11. 04:20

그 봄

이름 모를 산자락마다

눈이 부셨지

아낌없이 뜨겁게 피어

그곳 꽃자리인 줄 알았어

 

스치는 것은 바람 같아

흘려 보냈지만

만나는 것은 매듭 같아서

타래처럼 곱게 엮고 싶었지

 

바람은 얌전히 절여두고

고요일랑 밤 새 고아

곰국 같은 뽀얀 호수

찐하게도 우려 놓았네

 

잎새마다 맺힌 햇살로

잉걸 같은

이글대는 새벽

 

그렇구나

시작은

뜨겁게 여는 거였구나

 

 

 

 

 

 

 

 

 

 

 

 

 

 

차이 나는 것이 만나서

내는 충돌은 크지

불은 뜨겁고 물은 차갑고

부딪쳐 봐야 사달이 나는 거야

낮과 밤

밤과 낮

경계에서 일이 벌어지지

숨어 있던 안개

불처럼 찐하게

다 피워내는 거야

 

 

예당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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