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힘 산뜻함이 새로움의 맛이라면 기다림은 숙성의 맛이겠지 겹칠 수 있음으로 모든 순간이 새로움만은 아니야 기다림의 시간만큼 모진 풍파를 피해 갈 수는 없는 거지 익어 간다는 것은 조급을 가두어 쉽게 부패되지 않는 맛의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물이 출렁이고 바람 일렁이고 파도를 잠재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파도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든가 시간을 연장하여 압축(장노출)시키든가요 사천 비토섬에서 장노출 2022.04.12
하루하루 천년이 얼마쯤 길까? 천년만큼 이라고? 천만의 편하신 말씀! 꽃을 보내고 다음 꽃이 오기를 기다림의 끈기로 무장한 나무의 하루하루가 천년이야 맨 정신이겠어 느긋히 준비한 폭탄 혼미할 때까지 터뜨리는 거야 펑펑 위풍당당하게 4월을 점령하는 거야 3.31. 전남 곡성. 꽃 2022.04.05
矛盾모순 들키지 않으려고 실보다 가느다랗게 바늘보다 자그맣게 유리처럼 투명하게 나를 노리다니 난, 기필코 빠져나갈 거야 아무리 발버둥처도 실보다 세밀하게 바늘보다 촘촘하게 난 새빨간 날강도 살랑한 사기꾼 넌,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어 손실이냐? 확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뒤집어 보시라 바꿔 바라보시라 조화로운 것이 순리라 합의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 멀리 보는 것이 최선이라 2022. 03. 23. 전남 고흥 실장어 어망. 장노출 2022.03.29
한순간 끝나는 곳에서 시작은 밝거나 뜨겁다 참았음으로 용솟음친다 속에서 나왔으니 어느 누구가 막을 수 있으랴 그냥 놔 두시라 준비는 오랫동안이고 절정까지는 한순간 빛나게 살자 존재의 과시를 꽃처럼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저 능선에 매화를 알고 저 계곡에 산수유가 있고.... 등불처럼 피어서 어두운 마음 구석을 환히 비추는 봄 봄 봄 꽃 꽃 꽃 2022. 03. 17. 구례 산수유 산동면. 꽃 2022.03.22
생각의 바다 마음이 생각의 밭이다 개간하지 않으면 죽어있는 땅 비우는 건 널리 보는 일 바꾸는 건 새로워지는 일 꾸미는 건 아름다워지는 일 마음은 생각의 바다다 마음을 바꾸지 않고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흔들리지 않을 무기는 마음속에 있지 캐도 캐도 비옥한 밭을 가꿔가야 해 순천 와온해변 바다 2022.03.15
홍매화 눈부신 저 깡패 사정없이 내 생각 두들겨 패네 갸웃한 저 강도 벼락같이 내 가슴 후려치네 몰래 온 저 도둑 남김없이 내 마음 훔쳐가 버리네 짐 싸라! 말하지 못할 것 같아 꽃 피워 팔랑개비처럼 웃어 줬지 파죽지색 심줄 같던 겨울 몰랐어 그렇게 미안하게 꼬리 말 줄을 2022. 03. 03. 순천 매곡동. 꽃 2022.03.08
자유로이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자유로이 솟아오르지 막을 펼치시라! 앞을 가리시라! 긴가? 민가? 아련한 꿈같은 새벽 취한 듯 아른하지 서로가 온 듯, 안 온 듯 관섭 없는 곳에서 평안이 있나니 보이지 않은 곳에 자유가 있습니다 관섭받지 않는 세상 안개가 만들어 주지요 주와 객이 일치되는 건 행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방해를 지우는 일이지요 흐릿하고 희미한 곳에 더 큰 평안도 있습니다. 호수 2022.03.01
정직한 질서 달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온 바다가 쓸리고 당겨지기도 하지 기운이 드리우면 스스로 펼치시라 시키지 않아도 어둠은 빛으로 소환되고 찬란히 날개 펴는 새벽에 숨이 벅차 난, 괜스레 죄인처럼 가슴이 쫄아드네 때를 기다리는 것에는 정직한 질서가 있었네 이치가 어긋났다간 감당해야 할 서글픈 참담과 고난의 쓴맛으로 계절은 섬겨야 할 경건한 경전이네 올 길을 알고 갈 때를 알았으니 너의 다져진 심장는 불이지 너의 달련된 날개는 강철이지 급하지도 더디지도 않게 기다림의 이력으로 오고 갈 때를 아는 재두루미 고니 기러기로 호숫가의 2월이 분주합니다 최선의 위로는 부끄럽지 않아야 된다고 최선의 선택은 순리에 정직해야 하는 거라고 최선의 사랑은 할 일에 책임지는 거라고요 인내의 내력으로 기다리면 다시 순환. 2022. 02.. 새 2022.02.22
하지만 눈은 혼탁하여 원하는 것만 보이지 하지만 마음에도 눈이 있지 마음은 투명하여 맑은 것만 보이지 바다를 보려 함인데 강을 보았네 태양을 안으려 했는데 여명에 안겼네 예상치 않은 불현듯 만나는 경이로움으로 당신을 향한 내 발 길 멈출 수 없네 2022. 02. 11. 삼척 맹방해변 바다 2022.02.15
고요 빈자리 고요를 집어넣으면 고요 속으로 스며드는 사랑은 시끄럽진 않겠지 긴 듯 아닌 듯 오래 가야지 마른 꽃잎이 덜 변하 듯 수분을 빼면 유통기한도 연장될 테지 화석 속의 머나먼 벌레처럼 시간을 덮고 덮으면 고요에 이르네 내 사랑 더 이상은 바랄 것 없네 보태지 않아도 아득하길 바라네 바람을 죽이고 파도를 잠들게 해야지 더하지 말고 덜어내야지 짧게 말고 길게 갈 거야 걸어가다 만들어지는 것 그게 길이니까 장노출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