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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사랑 하늘의 뜻처럼 요동치고 꿈틀거렸네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었네 맞닥 드리지 않고선 존재를 알 수 없기에 무리인 줄 알면서 무작정 달렸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네 아니든 기든 보았노라 만났노라 원했음으로 후회는 없다네 저버리지 않는 무지막지 그거면 더 바랄 것 없다네. 눈 멀더라도 귀 막히더라도 식지 마라 사랑아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것이 다라 여기게 하거라 2022. 08. 11. 부안 개암사 배롱꽃.

2022.08.16

물의 변신(안개)

한쪽으로만 치우친다면 다시 시작이란 없을 거야 성향이 그렇다 치더라도 역으로 쳐야 균형이 이뤄지겠지 꽃의 향기 뒤에 숨어 애쓰는 뿌리의 힘처럼 말이야 떠오르는 분신만이 균형이 힘이야 변신하리라 물이 아니야 안개야 솟구쳐 오르리라 부딪치지도 말고 쓰다듬으며 감싸리라 깨지지 않고 조화롭게 섞기어 마음대로 풍경과 풍경을 몽롱하게 짜깁기 하리라 어디서 봤을까? 언제 만났을까? 처음이어도 낯설지 않은 건 꿈결인가 산봉우리 소나무 개여울 왜가리 원추리 달맞이 참나리...... 안개가 수놓은 동강의 새벽 그대로 있으라 문을 닫고 싶었네 풍경의 감옥에 갇혀 버렸네. 2022. 08. 04. 정선 동강.

안개 2022.08.09

흔들리며 부드러워지고 감싸면서 부풀어 오르지 시간이 하는 일이야 세련이란 버림과 취함을 적절히 배합하며 숙성시키는 과정이야 어디서 가든 지름이 되는 거미줄의 중심처럼 팽팽과 느긋이 공존하지 않은 세상은 허술하게 무너지는 거였구나 무너지지 않고 꽃으로 오기까지 얼마나 먼길을 견디며 건너온 거니 향기로 거는 말이 몸으로 말하는 춤이 네게로 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구나 가장 즐거운 발걸음이었구나 그냥 꽃이겠어 바람을 건너 시간을 넘어 힘겹게 왔겠지 그냥 꽃이겠어 뿌리가 밀어주고 줄기가 받쳐줬겠지 아름다우면 돼! 향기로우면 돼! 2022. 07. 14. 함양 상림연지.

연꽃 2022.07.19

너니까

꾸미지 않아도 멋져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워 꽃 위든 잎이든 네가 있는 곳, 거기가 세상의 중심이야 존재의 과시, 별거 있겠어 높은 곳에서 터질 듯 목청으로 노래하렴 "개개개개 비비비비......" 누굴 원망해 누굴 부러워해 폭염을 노래하는데 외로움은 견디는 게 아니라 누리는 거였구나 사랑은 달리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거였구나 터질 듯 목청이 멋져 너니까 너 다우니까 2022. 07. 07. 창원 주남지, 개개비

연꽃 2022.07.12

몽환의 바다

자락에 살포시 앉은 구름바다 산을 배인 양 띄웠다 숲을 가라앉힌 안개바다 산이 둥둥 떠내려간다 꽃이 물고기처럼 헤엄을 친다 꽃쥐손이, 노랑장대, 광대수염, 개당귀, 범꼬리, 풀솜대,졸망제비,노루오줌..... 자작나무 잎새로 바람 스밀 때 향기에 취한 내 마음 부초처럼 출렁인다 켭켭산중, 층층능선, 몽환의 바다에 갇혀 세상이 나를 싣고 통째로 떠내려간다 저리도 화려하니 유월, 금방 가겠다 저리도 어지러우니 봄은 또 얼마나 짧을까 2022. 06. 16. 함백산 만항재.

바람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