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의 고백 색채를 내는 건 설득이 아니냐 고백이지 빛을 내는 건 강요가 아니야 최면이지 향기를 내는 건 집착이 아니야 유혹이지 못 잊어서 왔지 그래서 피어나는 거야 내가 깨어났으니 당신은 취해서 마비됐으면 좋겠어 잊었는 줄 알았는 데 못 잊었던 거야 다시 왔지 그랬듯이 꽃을 피워야지 다시 시작의 종소리를 울려야지 2023. 03. 29. 충주 남한강변 풍경 2023.04.04
연두, 深海漁 묶였던 닻을 거두고 접었던 돛을 세웠네 노를 힘껏 졌는다네 물결은 잔잔하고 바람은 순탄하네 초록의 강을 건너 深海漁심해어처럼 검푸름의 바다로 유영~~~~ 한다네 어둠을 탈출한 저 강도 누가 막으랴 진화할 수 없는 불덩이다 막을 수 없는 물사태다 마구 휘두르는 칼춤이다 세상 초록으로 물들이는 것쯤 시간문제다 2023. 03. 23. 곡성 섬진강. 흐름 2023.03.28
꼿꼿한 중심 봄이 오기 전에 떠나는 것도 있다 보내놓고 뼈대만 남은 채 기다리는 것도 있다 왁자지껄 꽃들을 얘기하고 바람을 따라다니며 새로운 것에 들떠있을 때 많던 적던 부끄럽지 않게 이뤘으므로 외로워 보여도 외롭지 않은 게 있다 임무를 다했으므로 남아서도 꼿꼿한 중심 허술해서 아름답다 행복이란 소유가 아니라 갈망이라고 사랑이란 뿌리처럼 어제를 올려 오늘도 시들지 않는 기쁨이라고 내일을 기다리며 의연하게 서있는 기둥이 있다 겨우내 김을 키우던 양식장 철 지난 바닷가엔 앙상한 지줏대만 남아 내년을 기다립니다 준비된 것을 마주하고 주어진 것을 받아 드리며 이룬 것만큼이면 됐지 서두를 일 없잖아 서운한 일도 없잖아 의연히 있을 거야 꿋꿋한 뼈대로 시들지 않는 기둥으로 2023. 03. 무안 도리포에서. 바다 2023.03.21
그물 헐거운 바람도 그냥 지나가시라 가파른 시간도 편히 통과하시라 얻을 것 하나면 그뿐이니라 가지 못하니 기다려야지 취할 것 따로 있단다 바람도 쉬었다 가시라 새들도 놀다 가시라 2023. 03. 07. 함평만 장노출 2023.03.14
紅梅 틈새를 노려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앗싸" 호미걸이다 "으랏차차" 뒤집기다 산맥이 뒤뚱거리고 개천이 출렁거립니다 꽃으로 봄의 창문을 열어 놓습니다 난 조심스럽게 폈지만 넘실넘실 개선장군처럼 당신은 거침없이 오세요 잠자던 사랑이여 붉게 뜨거워도 좋을 계절입니다 봄이 홍수처럼 출렁거립니다 2023. 03. 02. 강릉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 매화 2023.03.07
드넓은 고요 움직임의 연장선에는 출렁임과 고요함이 차이를 둘 뿐 공존하며 살고 있지 바라봄이 느낌으로 바뀔 때까지 지속하여 기다릴 테야 드넓은 고요 순간이라도 감동으로 마주하고 싶어 고요하거나 찬란하거나 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푸르면 푸르게 붉으면 붉게 가슴에 스며들어 반영되었으면 좋겠어 하늘을 우러르는 영원의 반사체 바다를 닮고 싶어 출렁임이야 잠재우면 고요가 되겠지 흔들림이야 지나가면 평온이 되겠지 모든 일 시간의 차이 일 뿐 똑같은 크기로 오고 가지 바라는 것, 원하는 것 그리 흔하게 오는 일 아니야 길게 바라 볼 일이야 만나지 않고서, 기다리지 않고서 내 앞에 와 준 고귀한 당신에게 "사랑합니다" 함부로 말할 수 없잖아 2023. 02. 23. 충남 서천. 바다 2023.02.28
안녕히 왔으니까 가겠지 미련해서 미련만 남네 당연한 줄 알면서 순리인 지 알면서 아니라 하지 못한 건 바보 같은 정 그걸 되풀이하면서 어찌하여 버리지 못할까? 부디 안녕히! 갈 곳이 있어 멈출 수 없어 하늘을 메우지 연습이야 두려움 없는 여정이 있을 라고 아주 먼 길이라서 뱅뱅 다 같이 도달하려는 극기훈련이야 어지럽지 않고서는 닿을 수 없을 곳 까지거든 순천만 흑두루미 새 2023.02.21
시간의 감옥 일찍 오긴 했지만 기다림이였어요 좀 화사하지요? 어둠을 뚫고 왔어요 오래 머물진 못해요 향기로 물들일게요 빛으로 눈멀게 할게요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에 대한 떨림으로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사진은 현재를 가둬두는 시간의 감옥이다 2022, 02. 09. 통도사 慈藏梅(자장매) 매화 2023.02.14
자유로운 영혼 난, 자유로운 영혼 산이든 바다든 거침없이 날고 싶어 난 순례의 종속자 햇살아래 꽃향기에 마비되고 숲 속 곤충에도 눈을 맞추지 난, 떠돌이 방랑자 정하지 않은 여정에 흘러가고 파 난 바람 난 구름 난 자연의 배회자 어디든 어우러져 떠돌고 싶어 때론 빠르게 때론 적당하게 때론 느리게 시간을 관장하는 셧터의 힘처럼 여행을 조정하고 파 삶을 조율하고 파 장노출 2023.02.11
겨울 나그네 떠돈다 하여 가치 없는 건 아니지 바람이 데려다 주리라 나 품어주는 곳에 머물러 어르러 붙으리라 눈부신 꽃이 되리라 모든 꽃들이 지는 건 순간인 줄 알면서도 밤을 지새우든가 긴 시간이다든가 온몸으로 꽃을 피우네 2023. 01. 26. 충주 목계솔밭 야영장. 상고대 202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