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氾濫범람

멀리 있는 것은 애틋하여 마음으로만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생생하여 눈으로만 보이네 어떤 건 오래고, 어떤 건 잠시니 무엇이 귀하고, 무엇이 소홀한 지 가눌 길 없네 머무름이 길다한들 100년이나 할까 흘러감이 짧다한들 찰나 속이라네 강산에 둑방 물 넘치 듯 지체 못 할 봄이 범람하고 있네 때가 되면 본능이 스멀스멀 살아나 일러주지 않아도 제 할 일 알아하는 생명의 힘 부리가 손이다 장대가 집의 기둥이고 뿌리, 잔가지가 신혼방이다 氣기찬일이다 2022. 04. 26. 여주 신접리.

2022.05.03

붉은 엔진

사월은 신록의 돛을 올려 붉은 엔진까지 장착하고 질주하는 과속의 유람선이다 놀이터에 풀어놓은 세 살배기 우리 손자처럼 통제 안 되는 브레이크 없는 위태로운 자동차다 앞 외엔 보이 질 않으니 겁 없다 거침없다 잡으려 하니 저만치 가있다 앞만 있고 뒤는 없디 그러니까 봄이다 누가 여기서 들뜨지 않을까? 지만 타면 되지 지나는 사람 다 막아놓고서 가슴으로 부딪쳐 불을 지를까? 참 모질다 2022. 04. 20. 강진 남미륵사.

바람 2022.04.26

한계가 없음으로 무한대로 수렴하는 거야 멈춤 없이 밀려가는 물결처럼 지치지 않고 도달하려는 거야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생각지도 말고 선을 긋지도 말자 안갯속 풍경처럼 흐릿하게 가려져 무한의 거리에서라도 당신이 기다려 준다면 난 하염없이 다가갈 수 있어 그게 무릉도원일 테니 3mm 이상에서 ∞ 10mm 이상이면 ∞ 렌즈의 종류에 따라 무한대의 거리는 다릅니다 속도와 초점거리를 무시하고 선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지요 닿을 수 있는 것의 기본원칙은 모든 것이 다 같습니다 2022. 04. 15. 충주 남한강변.

안개 2022.04.19

시간의 힘

산뜻함이 새로움의 맛이라면 기다림은 숙성의 맛이겠지 겹칠 수 있음으로 모든 순간이 새로움만은 아니야 기다림의 시간만큼 모진 풍파를 피해 갈 수는 없는 거지 익어 간다는 것은 조급을 가두어 쉽게 부패되지 않는 맛의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물이 출렁이고 바람 일렁이고 파도를 잠재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파도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든가 시간을 연장하여 압축(장노출)시키든가요 사천 비토섬에서

장노출 2022.04.12

矛盾모순

들키지 않으려고 실보다 가느다랗게 바늘보다 자그맣게 유리처럼 투명하게 나를 노리다니 난, 기필코 빠져나갈 거야 아무리 발버둥처도 실보다 세밀하게 바늘보다 촘촘하게 난 새빨간 날강도 살랑한 사기꾼 넌,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어 손실이냐? 확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뒤집어 보시라 바꿔 바라보시라 조화로운 것이 순리라 합의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 멀리 보는 것이 최선이라 2022. 03. 23. 전남 고흥 실장어 어망.

장노출 2022.03.29

한순간

끝나는 곳에서 시작은 밝거나 뜨겁다 참았음으로 용솟음친다 속에서 나왔으니 어느 누구가 막을 수 있으랴 그냥 놔 두시라 준비는 오랫동안이고 절정까지는 한순간 빛나게 살자 존재의 과시를 꽃처럼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저 능선에 매화를 알고 저 계곡에 산수유가 있고.... 등불처럼 피어서 어두운 마음 구석을 환히 비추는 봄 봄 봄 꽃 꽃 꽃 2022. 03. 17. 구례 산수유 산동면.

2022.03.22

자유로이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자유로이 솟아오르지 막을 펼치시라! 앞을 가리시라! 긴가? 민가? 아련한 꿈같은 새벽 취한 듯 아른하지 서로가 온 듯, 안 온 듯 관섭 없는 곳에서 평안이 있나니 보이지 않은 곳에 자유가 있습니다 관섭받지 않는 세상 안개가 만들어 주지요 주와 객이 일치되는 건 행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방해를 지우는 일이지요 흐릿하고 희미한 곳에 더 큰 평안도 있습니다.

호수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