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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면 어때

청명하고 산뜻하고 밝고 맑아야만 아름다운가 좀 허술하면 어때 좀 흐릿하면 어때 침침하고 흔들리면 어때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자세히 바라봐 속으로 들어가 봐 다 아름답지 보일 듯 말 듯 들릴 듯 말 듯 온화의 화장을 하고 평온의 옷을 입으셨네 꿈이 흐릿한 것처럼 잠시여도 대치 못 할 사랑이라네 몽롱으로 취하는 일은 영원으로 가는 길 언제나 신비롭네 당신은 잠잠한데 나는 천둥 같네 설렘을 잠재우려면 덤덤의 제어브레이크를 달야겠네

안개 2023.08.01

아주 예민하게

길을 나서면 길이 아닌 곳에 길이 생긴다네 새로운 길은 아닌 곳에서 태어난다네 산속 오솔길도 처음 누군가가 밟은 것이라네 바다에도 길이 있어서 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이 자유롭다네 하늘에도 길이 있어서 가지 못하는 길을 보이지 않은 길을 새들이 오가고 구름이 거침없이 간다네 하물며 비의 길은 허공이라네 그대를 만나는 건 타이밍입니다 언제나 사랑 앞에서 기다림은 안개이고 만남은 번개입니다 연지에 폭우도 폭포 같습니다 무엇이 시간을 박살 낼 수 있을 까요? 거칠어서 끌러가고 빨라서 좋을 때도 있습니다 가장 맘에 드는 속도 오늘만큼은 당신을 분해하고 싶습니다 이번엔 1초도 아까워서 아주 예민하게 1/500~1/1,000초로 쪼겠습니다 세상을 삼킬 것 같은 당신의 거친 숨소리가 좋습니다 2023. 07. 20. 부..

연꽃 2023.07.25

꽃처럼

꽃을 만나고 바람을 만나네 비를 맞고 안갯속을 거니네 꽃이라서 바람이라서 비라서 안개라서 제각기 아름답네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화려하지 않아도 유별나지 않아도 어울려 멋지네 들꽃처럼 나 아닌 것 나뿐이네 너 다운 것 너밖에 없네 모든 꽃들 당당하므로 자만해도 좋겠네 어릴 때 그랬지 형, 누나 있으면 가만있어도 이긴다고 건드리기만 하면 떼 지어 합세했지 한통속아란 울타리가 얼마나 든든한 건가 뭉쳐져 모인 힘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지 형제자매의 힘으로 든든했지 홀로 외로운 것들 모여 힘없는 것 없네 즈들끼리 그러한 것들 어울려 칙칙한 것 없네 떼어내어 하나인 것들 뭉쳐서 둘이 넷 되고 뭉쳐서 10이 1000되네 2023. 06. 26. 천사섬 도초도, 팽나무 10리 길.

안개 2023.07.04

몽골여행

눈이 의심스러울 만큼 트인 시야가 거짓말 같다 끝이 어디쯤일까? 풍경의 끝은 어디를 가든 한결 하늘과 맞다 있다 울란바토르의 초지와 고비의 사막까지 이어지는 대자연속에 어우러진 소, 말, 양 , 염소, 쌍봉낙타 떼 그리고 영양 떼의 예측 못할 높이 뛰기 일부러 올려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흐릿한 하늘이었었는데...... 물감같이 프르른 하늘이 눈앞에 피 할 수 없이 펼쳐진다 이국의 맑고 아름다운 풍경은 열악한 도로의 불편함을 충분히 보상시켜 주고도 남는다 사막의 앞차가 모래에 빠졌다 누군가는 "저 차는 처음부터 방해만 주네" 누군가는 "근데요, 좋은 것도 있어요 곤경에 처했을 때는 서로 도와줄 수 있잖아요" 다른 차의 지프차의 기사와 가이드는 볼 것도 없이 달려가 차를 밀었다 혼자서는 난감한 일이 서로가..

기타 2023.06.20

북극성

별이 아름다운 건 빛이 희미하기 때문이고 밤하늘이 황홀한 건 만남을 희망하던 내 갈증이 컸기 때문이야 별을 아우르는 별 맴도는 것은 섬김의 힘이고 아우르는 것은 포용의 힘이지 축의 중심 "그대들은 자유로우시라 나는 책임을 지고 한 곳에 꼿꼿이 있으리라" 북쪽의 빛나는 별 지구의 자천 축에 있기에 움직이지 않고 모든 별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지요 축의 중심이란 평정심은 흔들리지 않는 것 주변을 자유롭게 만드는 일입니다 지구에서 바라보면 모든 별들이 신하처럼 그를 중심으로 밤새 흐릅니다 하루종일 한 바퀴 그러나 낮에는 빛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고요 2023. 06. 12. 몽골.

기타 2023.06.20

오래돼서 좋은

내가 맘대로 들어갈 곳은 빈 공간 내가 편히 쉴 곳은 낡고 오래된 넉넉 내가 좋아하는 것은 유리처럼 선명함 아닌 안개 같은 희미함 내가 취하고 싶은 것은 소나무처럼 꼿꼿함이 아닌 갈대 같은 흔들림 내가 함께하고 싶은 것은 낡고 헐렁한 츄리닝 금가고 깨진 질그릇 같은 오래된 것 내 사랑은 따질 것 없이 이해하고 받아 주었던 거 깐깐보다는 넉넉이었네 당신처럼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편안한 오래돼서 좋은 신발 같은 것이었네 허술이었네 깐깐하지 않기 분명하지도 않기 여명 안개 바람인 듯 밝음과 흐릿, 또렷과 희미 산정에 서면 커다란 그릇처럼 넉넉이 보이네 새벽은 언제나 도둑처럼 도망치고 버무리듯 비벼진 풍경 활용범위는 바다 같고 생각범위는 우물 같고 허용범위는 하늘 같네 안개호수는 넓고 깊고 넉넉하네 2023. ..

풍경 2023.06.06

천만다행

귀하신 몸이야 홀로일 때 멋지겠지만 대접받지 못하는 것들은 스스로 뭉쳐야 아름답지요 돌보는 몸이야 모셔 오겠지만은 천대받는 것들을 찾지 않으면 설곳 없지요 어디에서 어떻게 내일을 예측하지 못하는 전쟁터 다시 일어나려 서로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뿌리도 똘똘 묶었지요 무지막지 꽃도 펴대지요 대비의 힘, 그거 유일한 희망이라서 서러움도 잃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이 가장 숙성된 날 목마르게 달라온 절정 어쩌지 못해 조산으로 피우는 꽃 천만다행 생의 꽃입니다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따져보니 그것이 없을 때 견딜 수 없는 거였네 햇살 바람 물 . . . 사랑 필수조건들 중에 무엇을 빼면 난 빨리 시들어 버릴까? 2022. 05. 26. 충주호.

풍경 202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