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43

견디는 일 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

번뇌일랑 비, 바람에게 도난당했다 생각을 햇살에게 맡겨 버렸다 악착으로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을 건넜다 삶을 이길 수 없는 것들이 이기게 해 주고 이길 수 있는 것들이 이길 수 없게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했던 것들이 가끔은 친절하게 많이는 불친절하게 되풀이 쌓여 나를 안내했다 앞일은 예상 일 뿐 때론 모를 일들이 견디는 이유였다 맞닥 드려야지 후회는 남기기 말아야 하니까 알곡으로 채워지든 쭉정이로 남겨지든 견디는 일처럼 아름다운 게 있을까? 결실의 계절입니다 익는다는 것은 비 바람 햇살...... 시간의 강을 건너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숭고이지요 햇살도 익어서 알곡마다 잎새마다 은빛 가루를 입혔습니다 가을이 아름다운 건 견딤이라고 "당신도 그러하시죠" 자연의 훈수 아찔한 한마디 에밀레종처럼..

풍경 2022.10.25

千差萬別 천차만별

똑같아 보일 테지 하지만 다른 모습을 생각 못 했던 거야 시간을 바꿔 봐 밝고 어둡고 천지간이란 걸 알게 될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보았던 일 위치를 바꿔 봐 위, 아래 세상, 만별로 달리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야 나 말고 네에게로 입장을 바꿔 봐 옳고 그름이 무엇 때문인 지 구별 될 거야 새벽노을은 사라지고도 꼬리 같은 여운을 남기지요 그치고 나서도 오랫동안 남아있는 종소리의 공명처럼 내 영혼의 맑은 면을 찾아 두~웅~둥~ 두드려서 바람 속에 머무릅니다 한동안 태백 매봉산

풍경 2021.09.21

두려워 마세요

한 때 화려한 날 누군들 없었을라구요 무성했던 나뭇잎도 투박하던 돌멩이도 무게를 덜어 내고서야 각을 깎아 내고서야 가볍게 겨울을 이겨내고 둥글어 아래로 굴러가지요 너무 잘 나간다 좋아마시고 아주 힘들다 언짢아도 마세요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그만하면 된 거지’ 댓가는 의연히 받아들이세요 壁벽을 "두려워마세요" 달라질 게 없으니까요 미소로 얼굴을 화장하고 빛으로 마음을 색칠하세요. 물새 없는 호수라면 눈없는 겨울이라면 삭막의 두려움으로 얼마나 숨이 막힐까? 날개를 폈을 뿐인데 칙칙한 세상이 환하게 웃음 짓네 2021. 02. 04. 광주 경안천.

풍경 2021.02.09

풍경의 포로

당신은 그대로 담담하기만 한데 난, 언제나 조급하지 멈춰 서지 않고 달리려 했네 흔들리는데 어떻게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걸어가야겠네 천. 천. 히. 물가에 내려와서 놀아주는 은 그늘 빛에 묶여 오래 풍경의 포로여도 좋네. 당신과 함께였던 그때, 그곳 뒤돌아 보니 다 눈부셨습니다 추억은 숨겨놓은 보석 같은 것 가슴속에 와 닿는 것은 오래 봐야 할 일입니다. 2020.11. 영광.

풍경 2020.12.15

도솔천

"아닌 건 아닌 거야 연연하다가 상처만 남지" 단풍이 물들면서 낙엽이 떨어져서 도솔천 흘러가면서 내게 "가는 건 보내주는 거야"라고 넌지시 전하여주네. 잔치가 끝나면 밀려드는 쓸쓸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라고 셀 수 없는 세월을 흘려보내면서 가을의 황홀은 고스란히 담고 싶었나 보다 선운사 도솔천 냇물이 가을을 흘려 흘려보냅니다 2020. 11. 10. 선운사 도솔천.

풍경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