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22

몽환의 바다

자락에 살포시 앉은 구름바다 산을 배인 양 띄웠다 숲을 가라앉힌 안개바다 산이 둥둥 떠내려간다 꽃이 물고기처럼 헤엄을 친다 꽃쥐손이, 노랑장대, 광대수염, 개당귀, 범꼬리, 풀솜대,졸망제비,노루오줌..... 자작나무 잎새로 바람 스밀 때 향기에 취한 내 마음 부초처럼 출렁인다 켭켭산중, 층층능선, 몽환의 바다에 갇혀 세상이 나를 싣고 통째로 떠내려간다 저리도 화려하니 유월, 금방 가겠다 저리도 어지러우니 봄은 또 얼마나 짧을까 2022. 06. 16. 함백산 만항재.

바람 2022.06.21

시간의 江

갈증에 허덕여 절박해 봤니?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절실한 시간을 불안 속에 떨어는 봤니? 하루가 생의 다인 것처럼 악착의 뿌리를 내리며 헤처 나가지 않으면 보장 없는 날들로 몸도 생각마저도 밧줄보다 질긴 근육이 되어 어떡해서든 시간의 강을 건너가는 거야 전쟁처럼 상황에 대처하지 돌진하며 후퇴해야 해 끝장나기 싫어 스스로의 위로와 쉼 없는 완주를 되새기며 강해야만 한단다 도꼬마리 여뀌 갯메꽃 개꽃아재비 도깨비풀...... 수몰지의 꽃들은 삶이 마라톤이다 뛰어가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강 물이 빠진 시간에 뿌리를 내려 꽃피고 씨 맺혀야 한다 시간이 없다 장마가 오면 물속에 수장돼야 하니까 식물에게도 생각이 있는 듯 성장 속도를 세 배쯤 돌린다 절실하면 이뤄지는 꿈 몸으로 수행 중이다 2022. 06. ..

호수 2022.06.07

나그네새

나는 나그네 당차 지려고 정착 없이 유랑을 하네 날개를 펴면 사일 밤낮 몸무게가 반이 될 때까지 저 갯벌이 주유지야 3,000 m 하늘을 가르고 험난한 산맥도 넘어 1만 Km 망망대해를 건너지 남반구 피아코강에서 서해갯벌 시베리아 아무루강까지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지 쉼 없는 단 한 번이야 아무리 멀지라도 한 번에 갈 수는 없겠지 중간쯤에서 브레이크도 밟아줘 재시동을 위해서 주유도 해야지 안도감이 돛이고 자각이 닻이야 잘 쉬어야 잘 갈 수 있는 거지 삽교천방조제 도요새

바다 2022.05.17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사람이 풍경이야

모두들 분명하라 말하는데 누구든 투명하라 주장하는데 역으로 치네! 풍경은 지워져야 깊은 거라고 자연은 흐릿해야 아름답다고 모두들 확실한 답을 요구하는데 어딘들 목적을 추구하는데 역으로 치네! 풍경은 모호한 질문을 던지네 자연은 모른 듯 돌아서 보여주네 풍경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지 그래서 아름다운 거야 기다림이 끌고 온, 설렘 힘들게 취한 것들은 모두 소중하지 시도해서 헛된 일은 없어 시도하지 않아 헛된 거야 붉은 노을을 한 번에 볼 수도 있겠지 안갯속 풍경을 두세 번만에 만날 수 있겠지 열 번을 허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중 한 번은 허락해 줄 테니 얻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지 얻으려 하는 걸음이 다일 수도 있지 2022. 04. 06. 창녕 우포늪.

우포 2022.05.10

氾濫범람

멀리 있는 것은 애틋하여 마음으로만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생생하여 눈으로만 보이네 어떤 건 오래고, 어떤 건 잠시니 무엇이 귀하고, 무엇이 소홀한 지 가눌 길 없네 머무름이 길다한들 100년이나 할까 흘러감이 짧다한들 찰나 속이라네 강산에 둑방 물 넘치 듯 지체 못 할 봄이 범람하고 있네 때가 되면 본능이 스멀스멀 살아나 일러주지 않아도 제 할 일 알아하는 생명의 힘 부리가 손이다 장대가 집의 기둥이고 뿌리, 잔가지가 신혼방이다 氣기찬일이다 2022. 04. 26. 여주 신접리.

2022.05.03

붉은 엔진

사월은 신록의 돛을 올려 붉은 엔진까지 장착하고 질주하는 과속의 유람선이다 놀이터에 풀어놓은 세 살배기 우리 손자처럼 통제 안 되는 브레이크 없는 위태로운 자동차다 앞 외엔 보이 질 않으니 겁 없다 거침없다 잡으려 하니 저만치 가있다 앞만 있고 뒤는 없디 그러니까 봄이다 누가 여기서 들뜨지 않을까? 지만 타면 되지 지나는 사람 다 막아놓고서 가슴으로 부딪쳐 불을 지를까? 참 모질다 2022. 04. 20. 강진 남미륵사.

바람 2022.04.26

한계가 없음으로 무한대로 수렴하는 거야 멈춤 없이 밀려가는 물결처럼 지치지 않고 도달하려는 거야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생각지도 말고 선을 긋지도 말자 안갯속 풍경처럼 흐릿하게 가려져 무한의 거리에서라도 당신이 기다려 준다면 난 하염없이 다가갈 수 있어 그게 무릉도원일 테니 3mm 이상에서 ∞ 10mm 이상이면 ∞ 렌즈의 종류에 따라 무한대의 거리는 다릅니다 속도와 초점거리를 무시하고 선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지요 닿을 수 있는 것의 기본원칙은 모든 것이 다 같습니다 2022. 04. 15. 충주 남한강변.

안개 202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