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 4

아찔한 풍경

시간을 조각내면 영상 같은 영롱한 단면 햇살이 분해되면 화석처럼 박혀있던 풍경이 혼미하게 기어 나오지 깨어나는 것은 다 새로워 다 경이로워 햇살 공이 와 안개 실탄 "탕" 한 방 "탕" 또 한 방 숨 막 힐 새벽사냥 시간의 칸칸마다 고요의 표적 아! 아찔하혀라 쪼개도 보고 잘라도 보고 모양이 천차만별이지요 명명 불별 따져야 할까요 뭉실 두루 넘겨야 할까요 결이 강한 곳에서 머뭅니다 가장 약한 곳에서 멈춥니다 안쓰러운 풍경을 안고 갑니다 마음에 닿는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호수 2023.04.25

아득한 거리

그리움은 호수 건너에서 가물거리지 보이지만 아련한 것 들리지만 아득한 것 출렁이다가 잔잔하지 그리움은 야생동물 다가가면 도망가고 멀리하면 사라지지 급하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분별력의 거리를 지킬 일이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면 급하다고 다가가지 마 느긋하게 멀리하지도 마 기다림의 거리를 지켜야 해 안정의 거리를 잊지 마 분별력을 잃어서 사랑은 도망치는 거야 경남 합천 보조댐

호수 2023.04.18

봄꽃

셀렘만 부풀여 놓고 어제 와서 오늘 가네 피면서 지네 몸으로 켠 등불 스스로 껴고 스스로 끄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쓸쓸하네 길이 있어 갑니다 가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갑니다 울긋했던 것은 나뭇잎이었고 불긋했던 것은 복사꽃이었습니다 만나지 않고 느끼지 못하면 세상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 당신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난 껍데기일 뿐입니다 무주 금강마실길.

바람 2023.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