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4

꼿꼿한 중심

봄이 오기 전에 떠나는 것도 있다 보내놓고 뼈대만 남은 채 기다리는 것도 있다 왁자지껄 꽃들을 얘기하고 바람을 따라다니며 새로운 것에 들떠있을 때 많던 적던 부끄럽지 않게 이뤘으므로 외로워 보여도 외롭지 않은 게 있다 임무를 다했으므로 남아서도 꼿꼿한 중심 허술해서 아름답다 행복이란 소유가 아니라 갈망이라고 사랑이란 뿌리처럼 어제를 올려 오늘도 시들지 않는 기쁨이라고 내일을 기다리며 의연하게 서있는 기둥이 있다 겨우내 김을 키우던 양식장 철 지난 바닷가엔 앙상한 지줏대만 남아 내년을 기다립니다 준비된 것을 마주하고 주어진 것을 받아 드리며 이룬 것만큼이면 됐지 서두를 일 없잖아 서운한 일도 없잖아 의연히 있을 거야 꿋꿋한 뼈대로 시들지 않는 기둥으로 2023. 03. 무안 도리포에서.

바다 202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