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 4

고스란히 젖네

폭우가 길을 막고 눈보라가 발을 묶지 몰아쳐서 오는 것에는 무대책이 대책이야 내가 다가갈 때도 그랬을까? 당신이 올 때도 그랬지 갈절히 원했던 무대책에 포위되어 꽉, 닫혀버린 세상 생각이 증발하고 사지가 마비되지 판단력이 무너져 한 곳에 함빡 빠져버린 단순이 전부라니? 고스란히 젖네 바람의 온도가 바뀌면 쏴 돌아다니기 좋을 때지요 거칠 것 없이 열매는 붉어지고요 하늘은 겁도 없이 높아집니다 폭우가 길을 막고서 젖은 잎은 보라 하네요 바람이 비를 흔들며 소리를 들으라 하네요 산사의 방에 갇혔습니다

2023.09.26

세상엔 불가능을 꿈꾸는 꽃도 있다

열흘쯤 내 세상으로 살고 싶어 한(恨)이 서려 , 좀 독하거든 바닥이라도 통째로 접수해야겠어 누가 말릴라고? 색이 강해서 섞일 수 없는 뜻이 있어서 굽히지 않는 그리움의 표시는 샛빨강이야 아무리 짧다 해도 심호흡으로 건너는 시간은 지루 미련하게 이뤄지지 않을 서글프게 불가능을 꿈꾸지 지독하면 불(火)이 되더군 보기 좋다고 다는 아니야 말 못 할 사연이 깊거든 뜨겁지만 가볍게 예민하지만 건방지게 가냘프지만 강렬하게 겸손은 남의 일이야 참지도 못하지 떼 지어 떠들지 않으면 훌쩍 홀로 보낼 시간 불가능의 만남이 꿈일 뿐이지 족하지 않은 반항으로 화려한 거야 사치라 여기며 그냥 웃지 2023. 09. 14. 함양 상림.

2023.09.19

다 사랑 때문이야

아무리 긴 시간도 그대와 함께하면 순간 빛 잃은 어둠 속일지라도 내 가슴은 반짝거려 반복해도 지겹지 않고 거듭해도 아름다워 다 사랑 때문이야 마음을 훔쳐버린 것은 선명이 아니라 몽롱 순조로움은 흘러 강물이 되고 장애였던 것은 남아 흔적이 되네 늘이던가 줄이든가 빛나게 하든가 어슴프레 만들든가 폭포 같은 빗속이 칠흑 같은 어둠이 내 놀이터야 2023. 08. 30. 함양 상림.

202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