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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겹네

당겨도 보고 밀어도 보네 잘라도 보고 늘려도 보네 어떻게 보느냐가 다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다양하네 다 저마다여서 어느 무엇 아니다 할 수 없네 골고루 자기 다운 것 변방의 주인과 함께 숨 쉬고 있을 때 행복에 겹네 누가 뭐라 해도 사랑에 겹네 흔들림에 취할 때가 있지 이름 모를 꽃에 멍하게 멈출 때가 있지 화려 말고 중심도 말고 외로운 것에 눈 갈 때가 있지 스스로 위로하는 것들이 세상을 다 꿰찬 철학자 같아서 스스로 작다 위축이 들 때쯤 난 가장 행복 해 그 주인공들 몰라보고 까불며 사는 거지 괴산 수옥폭포

폭포 2023.08.29

백일홍

의지보다 강한 힘이 있을라고 남들은 길어야 열흘이라던데 굳이 운명이 폭염의 전쟁터라니 사랑에 빠졌느냐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미친 짓 아니니? 간절하면 믿음이 솟아나는 거 "내 사랑은 남 다르지 기꺼이 보여 주리라 두려움쯤 탱크처럼 거침없이 짓 밝고 넘어가리라" 백일이 붉어 붙여진 이름 멋지지 않니? 백. 일. 동안 시들지 않거든 붉어 뜨겁거든 오늘은 온몸으로 바람 맞는 날 그의 결로 춤추는 날 신나는 날

바람 2023.08.22

"또르륵"

"또르륵"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은 행복한 일이야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신기한 것이야 모서리를 지워서 둥글어 저야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건 가봐 제 몸의 각을 다 깎아 놓고서 미련을 버리네 "또르륵" 세상에 저 쪼그마한 방울이 사라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 부서지네 두렵지도 않은가 봐 건드리면 "또르륵" 무너집니다 연잎에 머무른 빗방울의 축복일까요? 슬픔일까요? 새로운 걸 만나는 일은 행복하지요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신기하지요 미련에 시달리는데 자꾸 옛날이 아름다운데 굳이 그러지 말라 다시 오네요 작년에 왔듯 또 그렇게요

접사 2023.08.08

흐릿하면 어때

청명하고 산뜻하고 밝고 맑아야만 아름다운가 좀 허술하면 어때 좀 흐릿하면 어때 침침하고 흔들리면 어때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자세히 바라봐 속으로 들어가 봐 다 아름답지 보일 듯 말 듯 들릴 듯 말 듯 온화의 화장을 하고 평온의 옷을 입으셨네 꿈이 흐릿한 것처럼 잠시여도 대치 못 할 사랑이라네 몽롱으로 취하는 일은 영원으로 가는 길 언제나 신비롭네 당신은 잠잠한데 나는 천둥 같네 설렘을 잠재우려면 덤덤의 제어브레이크를 달야겠네

안개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