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5

오래된 순도

추억 때문에 그리울 때가 있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지 삶이 칠판이라면 덮어쓸 수 없으니 핵심은 별표로 남겨두고 오래된 것은 지워야겠지 다 채울 수는 없으니까 희미한 것부터 지우는 거야 멀리서 덮어 두는 거야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아득하게 써 내려가는 거야 안개처럼 한 순간 아무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찰라든 잠시든 찾아가서 마주한 시간 그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새벽안개 호수 노을 진 붉은 하늘 어둠 속 푸르른 달빛 꽃을 흔드는 벌과 나비의 날갯짓 열매 속에 스미는 바람 햇살 빗방울 태풍 뒤의 언덕, 하늘, 바다 사랑하는 사람의 해맑은 미소 그대로라도 좋은 당신의 깊고도 오래된 순도 아! 옛날은 길고 앞날은 짧네 섬기는 마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 설렘으로 마주 할 수 있게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겠다..

호수 2022.11.22 (3)

사라진 경계

종소리보다 청아한 물안개가 북소리처럼 커져 울려 퍼지면 숲과 늪 너와 나의 보일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경계가 허물어지지 더 이상 남이 아니야 지우는 일처럼 무한한 게 있을까 접는 일처럼 평온한 것이 있을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경계를 없애는 일 지워진 곳에서 가슴을 내주고 등을 보여주는 일이지 투명하기 때문에 깨지고 선명하게 때문에 멀어진다 간명하기 때문에 의아하고 분명하기 때문에 섞일 수 없다 2022. 11. 2. 창녕 우포늪 쪽지벌

우포 2022.11.15 (11)

11월!

열병을 앓는 것은 역경이 아니라 내성이야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아픔이 아니라 경험이야 사랑이 끝나면 세상도 끝날 것 같지? 꽃들을 어디로 갔을까 아스라했던 아지랑이도 넘실거리는 폭풍도 지나가면 그뿐이지 달려가는 거야 성취가 아닌 변화를 위하여! 매미소리가 뚝 끊기면 여름은 죽었다 동백꽃이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것처럼 오색단풍이 절정일 때 떠나가는 것처럼 사라지고 나서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 물려주고 물러나는 것들은 다 황홀하다 2022. 11. 2. 영양 자작나무 숲

나무 2022.11.08 (8)

勇氣용기

취한 듯 미친 듯 아니면 어떻게 당신에게 다가설 수 있을까? 은은하지 말고 화려하게 온화하지 말고 빛나게 망설이지 말고 단호하게 사랑한다 말하리라 크고 명확하게 시도하는 것이 용기야 표현하는 것이 사랑이야 돌아가더라도 결코 피하지 않으리라 취하지 않고 미치지 않고 어떻게 사랑을 말할까? 단순하게 마주 하리라 비 내리면 빗속으로 가리라 바람 불면 바람 속으로 들어 가리라 2022. 10. 함양 상림 바늘꽃

바람 2022.11.0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