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일랑 비, 바람에게 도난당했다 생각을 햇살에게 맡겨 버렸다 악착으로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을 건넜다 삶을 이길 수 없는 것들이 이기게 해 주고 이길 수 있는 것들이 이길 수 없게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했던 것들이 가끔은 친절하게 많이는 불친절하게 되풀이 쌓여 나를 안내했다 앞일은 예상 일 뿐 때론 모를 일들이 견디는 이유였다 맞닥 드려야지 후회는 남기기 말아야 하니까 알곡으로 채워지든 쭉정이로 남겨지든 견디는 일처럼 아름다운 게 있을까? 결실의 계절입니다 익는다는 것은 비 바람 햇살...... 시간의 강을 건너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숭고이지요 햇살도 익어서 알곡마다 잎새마다 은빛 가루를 입혔습니다 가을이 아름다운 건 견딤이라고 "당신도 그러하시죠" 자연의 훈수 아찔한 한마디 에밀레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