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으로 살아 가지만
당신과 똑같고 싶어서
구별하기 힘들만큼
당신의 모습
당신의 색깔마져도
고스란히 흉내내지요
꼴에 자존심은 강해서
마음에 바람이라도 불어 들라면
째째한 건
죽기보다 싫어
당신뒤에 숨어 버립니다
난
당신의
그
림
자
--
자
림
그
연두의 봄이 그리 길지는 않아
주인을 흉내 내고싶은
그림자를 만나려면 때를 맞춰야 해
사월중순 맑은날
해 뜨면서 한시간 반쯤만 허용하지
이후는 일렁이는 물결의 질투로 훼방을 놓거든
實과 虛가
하나될 때 황홀의 극치를 맛보는 거지
진퉁보다도 아름다운 짝퉁이 없다 하지만
여기선 예외지
밤세운 태공마져
풍경으로 어우러진
한 통 속 세상
′몽롱한 짝뚱속으로 빠져 죽어도 좋겠네 ′
2018. 04. 13. 진천 백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