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4

철새처럼

내 것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내 것이 아니라고? 숨 쉬고 머무를 수 있는 곳 그게 어딘데 유랑자여서 바랄 것 없다고? 주어진 것은 받은 게 아니라 잠시 머물러 빌려 쓰는 것 고스란히 헤치지 말고 넘겨주는 거라고? 왔다 가더라도 아무에게 피해 안 되게 손님으로 지나가면 되는 거라고? 그 걸 모르고 주인인 냥 내 것이라 휘둘렸네 부끄럽게도. 자연의 주인이 누구인가? 물려받은 게 아니야 후손에게 잠시 빌린 거지 표시 안 내고 지나가는 손님이면 족한 거지 철새처럼 2021. 12. 22. 주남저수지.

2021.12.28

"찰칵"

아름답게 도금되는 흘러간 추억도 아니야 반짝이며 비상하는 허황된 미래도 아니야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존재하는 현재 진행형 보고 듣고 다가가서 생각하고 느끼고 만나고 놓치면 후회될까 두려워 미세한 혈관의 끝 세포까지 전율하고 봉기할 찰라 "찰칵" 만날 때마다 소중한 선물 그게 바로 너야 현재가 과연 존재할까? 눈을 감고 뜨는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미래에서 과거다 과거는 지나며 아름다워지고 미래는 꿈꾸며 황홀하다 평범했던 것이 행복했었노라 그것도 한 때는 지금이었다 힘들다고? 더 고될 수도 있으니까 바로 지금이 화양연화 일지 모르겠다 撮影 촬영은 미래를 그릴 수 없고 과거를 소환하지도 않는다 현재만 담길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대해야겠다 "찰칵"만 허용하는 사진처럼.

2021.12.21

허용범위

눈먼 사랑으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눈 감아주는 용서로 세상이 따뜻해지지 넉넉하고 느긋하게 포근하고 너그럽게 사랑은 유한하지만 용서는 무한이지 예민하기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 않는 슬라이드 필름이 있었지 야박하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어 반의 반쯤 오차를 넘어서 비위를 거슬리면 하얗거나 까맣거나 용서를 몰랐어 조건을 맞춰주면 선명하게 반듯하게 기막혔던 거야 둔탁하기에 어지간 실수쯤 눈 까딱 않고 넉넉히 안아주는 흑백 필름도 있었지 실수를 해도 한 두 단계쯤 뭐 괜찮다고 속 넓게 용서해 줬어 감싸 않는 게 사랑이야 눈 감아주는 게 용서야 2021. 12. 10. 서천마량포구.

등대 2021.12.14

그냥

그대 있어 그냥 만남 있어 그냥 오래여서 그냥 오랜 정 그냥 깊은 사랑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계시지요 그러기에 그냥 다가갑니다 이유가 없어서 그냥입니다 무한대라서 헤아릴 수 없지요 자식을 향한 어비의 사랑 그냥입니다 햇살이 꽃잎에 달콤하게 닿을 때 아무것도 바라지 않듯 힘듬도 고통도 아무렇지 않듯 가다가는 끝없는 사랑이 그냥입니다 영덕 구계항에서

밤풍경 20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