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 전에 떠나는 것도 있다
보내놓고
뼈대만 남은 채 기다리는 것도 있다
왁자지껄 꽃들을 얘기하고 바람을 따라다니며
새로운 것에 들떠있을 때
많던 적던 부끄럽지 않게 이뤘으므로
외로워 보여도 외롭지 않은 게 있다
임무를 다했으므로 남아서도
꼿꼿한 중심
허술해서 아름답다
행복이란
소유가 아니라 갈망이라고
사랑이란
뿌리처럼 어제를 올려 오늘도 시들지 않는 기쁨이라고
내일을 기다리며
의연하게 서있는 기둥이 있다
겨우내
김을 키우던 양식장
철 지난 바닷가엔 앙상한 지줏대만 남아
내년을 기다립니다
준비된 것을 마주하고
주어진 것을 받아 드리며
이룬 것만큼이면 됐지
서두를 일 없잖아
서운한 일도 없잖아
의연히 있을 거야
꿋꿋한 뼈대로
시들지 않는 기둥으로
2023. 03. 무안 도리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