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꼿꼿한 중심

영원과 하루 2023. 3. 21. 04:12

 

봄이 오기 전에 떠나는 것도 있다 

보내놓고

뼈대만 남은 채 기다리는 것도 있다

왁자지껄 꽃들을 얘기하고 바람을 따라다니며

새로운 것에 들떠있을 때

많던 적던 부끄럽지 않게 이뤘으므로

외로워 보여도 외롭지 않은 게 있다

임무를 다했으므로 남아서도

꼿꼿한 중심

허술해서 아름답다

행복이란

소유가 아니라 갈망이라고

사랑이란

뿌리처럼 어제를 올려 오늘도 시들지 않는 기쁨이라고

내일을 기다리며

의연하게 서있는 기둥이 있다

 

 

 

 

 

 

 

 

 

 

겨우내

김을 키우던 양식장

철 지난 바닷가엔 앙상한 지줏대만 남아

내년을 기다립니다

준비된 것을 마주하고

주어진 것을 받아 드리며

이룬 것만큼이면 됐지

서두를 일 없잖아

서운한 일도 없잖아

의연히 있을 거야

꿋꿋한 뼈대로

시들지 않는 기둥으로

 

 

 

2023. 03.  무안 도리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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