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푸르를 수 없다고
더 이상은 뜨거울 수 없다고
나날이 깊어가는 8월 안개 숲
저마다 따라 할 수 없는 강직한
색상으로 빈틈없이 수근거리는데
눈길 주는 곳마다
노루오줌,구릿대,동자꽃,둥근이질,모시대.층층잔대
초롱꽃,개시호,긴산꼬리,촛대승마,마타리,말라리......
서로가 최고인 온갖 꽃들
전성기의 어지러운 눈빛이여라
나도 숲에 동화되어 어우르면
저 구릿대 발목처럼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며 든든히 세파에 견뎌낼 수 있을까
몽롱한 안개속에 취하면
별빛 놀다간 모시대꽃 보랏빛 얼굴처럼
내 건조한 가슴도 촉촉히 맑아질 수 있을까
오늘이 어제보다 멋져야 한다고
지금이 옛날보다 향기로워야 한다고
한 송이꽃이라도 정성을 다하여
뜨겁게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