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웠더니
벌 나비 노릴다 가더라
넘친 물 담았더니
낚시꾼 쉬었다 가더라
파란하늘 비췄더니
연인들 거닐다 가더라
마른 연줄기 그림자에
노을이 머물다 가더라
꽃이 핀지 언제였나?
청도의 혼신지에 찾아온 겨울
앙상한 연 줄기만 제 멋대로
구겨지고 쓰러져 황량하지만
차가운 겨울은
오히려 화려한 노을을 만든다
노을질 쯤이면 연못은 잔잔해지고
주인을 닮고싶은 똑같은 그림자
지치고 부서져
볼품 없는 실체와 허상이
눈부신 동화속 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