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선수촌 함백산 삼거리에 비가 내리면
천상화원 칠 팔월, 내 가슴 북처럼 뛰지
만항재까지 안개 가득한 야생화 등산로는
꿈속 보다도 꿈같지
어쩌자고 신께선 이곳에
내 좋아하는 들꽃 다 모아 놓았을까?
그림자만 보아도 눈 시린데
범꼬리 건너간 자리로 동자꽃 흘러서 가고
강물처럼 꽃들이 시간을 한없이 떠 가
허연 껍질 옷 벗듯 훌훌 버릴 자작나무 속살로도 설레이는데
헤일 수 없는 수줍은 꽃들 여지없이 날 자빠뜨리지
바람에 춤췄을 나무의 거칠어진 손
달빛에 멱감던 동자꽃 수척한 얼굴
쉬라고
안개 커튼 친거야
향기에 마비되고
안개에 눈멀어
어떻게 왔는지 모르는데
지나온 하루가 순간인냥 짧아
함백산 삼거리에 비가 내리고
만항재 화원에 안개커튼 쳐지면
꽃 좋아하던
덕구온천 산길식당 주인장
된장찌게맛에 빠져서
어쩌어쩌다 간게 어느새 이십년이래
생각으로 엇그제 같은데
무슨 이유인진 모르나
얼굴 헬쓱해 안부 여쭈니 이제 식당을 접는데
기다렸다는 듯
손님은 더이상 받지않고
강냉이 실한놈으로다 쪄 놓고서 건네며
추억같은 지난시간
이런저런 얘기 실타래처럼 풀어 놓는데
꽃 꺽던 사람 서럽데
꽃씨 준 사람 그립데
많은 매상 큰소리 하나도 고맙지 않데
된장맛 그리워 먼길 잊지않은 손님 그저 기억에 남는데
넉넉히 해준 것 없는데
대기업 간 자식이 고단한 순간엔 힘이였데.......
점점 활력이 붙어
풀어 놓으면 열리는게 답답한 가슴인가 봐
일년에 서너번 들렸을 뿐인데 그래도 우리가 자기집 제일 단골손님이래
‘멋진 단골집 하나 또 잃었구나’
이도 이별이라고 씁씁한 한쪽 가슴이 시려
그 놈의 정情이 뭐라고?
무슨이유인 줄은 얘기 안해 모르겠으나
건강해서 다시 만나길 기도 해야지
그나저나
식당앞
그 꽃밭, 누가 가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