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그 꽃밭 누가 가꾼다?

영원과 하루 2013. 7. 30. 04:34

 

 

 

 

 

태백선수촌 함백산 삼거리에 비가 내리면

천상화원 칠 팔월, 내 가슴 북처럼 뛰지

만항재까지 안개 가득한 야생화 등산로는

꿈속 보다도 꿈같지

 

어쩌자고 신께선 이곳에

내 좋아하는 들꽃 다 모아 놓았을까?

그림자만 보아도 눈 시린데

범꼬리 건너간 자리로 동자꽃 흘러서 가고

강물처럼 꽃들이 시간을 한없이 떠 가

허연 껍질 옷 벗듯 훌훌 버릴 자작나무 속살로도 설레이는데

헤일 수 없는 수줍은 꽃들 여지없이 날 자빠뜨리지

 

바람에 춤췄을 나무의 거칠어진 손

달빛에 멱감던 동자꽃 수척한 얼굴

쉬라고

안개 커튼 친거야

 

향기에 마비되고

안개에 눈멀어

어떻게 왔는지 모르는데

지나온 하루가 순간인냥 짧아

 

함백산 삼거리에 비가 내리고

만항재 화원에 안개커튼 쳐지면

 

 

 

 

 

 

 

 

 

 

 

 

 

 

 

 

 

 

 

 

 

 

 

 

 

 

 

 

 

 

 

 

 

 

 

 

 

 

 

 

 

 

 

 

 

 

 

 

 

 

 

 

 

 

 

 

 

 

 

 

 

 

 

 

 

 

 

 

 

 

 

 

 

 

 

 

 

 

 

 

 

 

 

 

 

 

 

 

 

 

 

 

 

 

 

 

 

 

 

 

 

 

 

 

 

 

 

 

꽃 좋아하던

덕구온천 산길식당 주인장

된장찌게맛에 빠져서

어쩌어쩌다 간게 어느새 이십년이래

생각으로 엇그제 같은데

 

무슨 이유인진 모르나

얼굴 헬쓱해 안부 여쭈니 이제 식당을 접는데

기다렸다는 듯

손님은 더이상 받지않고

강냉이 실한놈으로다 쪄 놓고서 건네며

추억같은 지난시간

이런저런 얘기 실타래처럼 풀어 놓는데

꽃 꺽던 사람 서럽데

꽃씨 준 사람 그립데

많은 매상 큰소리 하나도 고맙지 않데

된장맛 그리워 먼길 잊지않은 손님 그저 기억에 남는데

넉넉히 해준 것 없는데

대기업 간 자식이  고단한 순간엔 힘이였데.......

 

점점 활력이 붙어

풀어 놓으면 열리는게 답답한 가슴인가 봐

일년에 서너번 들렸을 뿐인데 그래도 우리가 자기집 제일 단골손님이래

‘멋진 단골집 하나 또 잃었구나’

이도 이별이라고 씁씁한 한쪽 가슴이 시려

그 놈의 정情이 뭐라고?

무슨이유인 줄은 얘기 안해 모르겠으나

건강해서 다시 만나길 기도 해야지

 

그나저나

식당앞

그 꽃밭, 누가 가꾼 다?

 

 

11324

'안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미치면  (0) 2013.11.05
"쉿!"  (0) 2013.10.29
홍포,예가 세상 시작인거라  (0) 2013.07.16
물안개  (0) 2013.04.30
연두  (0) 201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