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 5

곤고의 꽃

困苦 (곤고)의 시기에 꿈을 꾸지 상반돼야 결속의 에너지가 커지거든 다지고 다진 결속은 무슨 힘으로도 깰 수는 없어 좋은 시절에 화려한 꽃들이 향기롭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상상을 넘어 꽃 아닌 꽃을 피우고 싶었어 동굴 속에서 빛을 발하는 반딧벌래처럼 험난이 빛이 되는 꽃이 되고 싶었어 화려하게 화끈하게 단지 순간일지라도 극복을 넘어서야 부끄러움이 사라지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는 거짓이 없으니까 순수의 세상의 절정은 늘 극한의 자연 뿐이야 천상의 고원 만항재에서는 습기를 보내지 않고 피어나는 상고대 꽃이 되더군 2024. 01. 19. 만항재 상고대.

상고대 2024.01.23

몽환의 바다

자락에 살포시 앉은 구름바다 산을 배인 양 띄웠다 숲을 가라앉힌 안개바다 산이 둥둥 떠내려간다 꽃이 물고기처럼 헤엄을 친다 꽃쥐손이, 노랑장대, 광대수염, 개당귀, 범꼬리, 풀솜대,졸망제비,노루오줌..... 자작나무 잎새로 바람 스밀 때 향기에 취한 내 마음 부초처럼 출렁인다 켭켭산중, 층층능선, 몽환의 바다에 갇혀 세상이 나를 싣고 통째로 떠내려간다 저리도 화려하니 유월, 금방 가겠다 저리도 어지러우니 봄은 또 얼마나 짧을까 2022. 06. 16. 함백산 만항재.

바람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