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4

사라진 경계

종소리보다 청아한 물안개가 북소리처럼 커져 울려 퍼지면 숲과 늪 너와 나의 보일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경계가 허물어지지 더 이상 남이 아니야 지우는 일처럼 무한한 게 있을까 접는 일처럼 평온한 것이 있을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경계를 없애는 일 지워진 곳에서 가슴을 내주고 등을 보여주는 일이지 투명하기 때문에 깨지고 선명하게 때문에 멀어진다 간명하기 때문에 의아하고 분명하기 때문에 섞일 수 없다 2022. 11. 2. 창녕 우포늪 쪽지벌

우포 2022.11.15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사람이 풍경이야

모두들 분명하라 말하는데 누구든 투명하라 주장하는데 역으로 치네! 풍경은 지워져야 깊은 거라고 자연은 흐릿해야 아름답다고 모두들 확실한 답을 요구하는데 어딘들 목적을 추구하는데 역으로 치네! 풍경은 모호한 질문을 던지네 자연은 모른 듯 돌아서 보여주네 풍경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지 그래서 아름다운 거야 기다림이 끌고 온, 설렘 힘들게 취한 것들은 모두 소중하지 시도해서 헛된 일은 없어 시도하지 않아 헛된 거야 붉은 노을을 한 번에 볼 수도 있겠지 안갯속 풍경을 두세 번만에 만날 수 있겠지 열 번을 허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중 한 번은 허락해 줄 테니 얻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지 얻으려 하는 걸음이 다일 수도 있지 2022. 04. 06. 창녕 우포늪.

우포 202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