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37

두려워 마세요

한 때 화려한 날 누군들 없었을라구요 무성했던 나뭇잎도 투박하던 돌멩이도 무게를 덜어 내고서야 각을 깎아 내고서야 가볍게 겨울을 이겨내고 둥글어 아래로 굴러가지요 너무 잘 나간다 좋아마시고 아주 힘들다 언짢아도 마세요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그만하면 된 거지’ 댓가는 의연히 받아들이세요 壁벽을 "두려워마세요" 달라질 게 없으니까요 미소로 얼굴을 화장하고 빛으로 마음을 색칠하세요. 물새 없는 호수라면 눈없는 겨울이라면 삭막의 두려움으로 얼마나 숨이 막힐까? 날개를 폈을 뿐인데 칙칙한 세상이 환하게 웃음 짓네 2021. 02. 04. 광주 경안천.

풍경 2021.02.09

풍경의 포로

당신은 그대로 담담하기만 한데 난, 언제나 조급하지 멈춰 서지 않고 달리려 했네 흔들리는데 어떻게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걸어가야겠네 천. 천. 히. 물가에 내려와서 놀아주는 은 그늘 빛에 묶여 오래 풍경의 포로여도 좋네. 당신과 함께였던 그때, 그곳 뒤돌아 보니 다 눈부셨습니다 추억은 숨겨놓은 보석 같은 것 가슴속에 와 닿는 것은 오래 봐야 할 일입니다. 2020.11. 영광.

풍경 2020.12.15

도솔천

"아닌 건 아닌 거야 연연하다가 상처만 남지" 단풍이 물들면서 낙엽이 떨어져서 도솔천 흘러가면서 내게 "가는 건 보내주는 거야"라고 넌지시 전하여주네. 잔치가 끝나면 밀려드는 쓸쓸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라고 셀 수 없는 세월을 흘려보내면서 가을의 황홀은 고스란히 담고 싶었나 보다 선운사 도솔천 냇물이 가을을 흘려 흘려보냅니다 2020. 11. 10. 선운사 도솔천.

풍경 2020.11.17

帳幕장막

당신이 빛나서 투과할 수 없게 장막을 드리우면 영롱했던 당신은 흐릿한 꿈 발효된 풍경을 통과하면 내가 만드는 미지의 세상 뒤엔 무엇이 숨어 있을까? 난, 그것이 늘 궁금하다 상상만이 신비의 날개를 펴고 "휙휙" 불사조처럼 날아다닌다 내 가슴엔 떼지 못할 혹 같은 사랑이 달려있다. 전부를 알려는 건 미지에 대한 무례입니다 그러니, 다라 말하지 마세요 될 수 있으면 한쪽은 안개막으로 라도 가려 놓을게요 당신의 궁금증이 안달이 낳으면 좋겠습니다 2020.08. 평창

풍경 2020.09.15

餘白여백

저 너머엔 행복이 있을까? 저 건너엔 희망이 있을까? 아니야 내, 의지가 허술한 탓이야 맞지도 않는 부푼 욕심일 뿐이야 더하지 말고 빼자 사랑마저 헛 것으로 부풀려질 테니 단순하고 간결하게 느긋하고 덤덤하게 한쪽은 여백의 도화지로 남겨 둬야지 넉넉하게 언제든 당신을 그릴 수 있으니 보태지 말고 빼자 포장 말고 본모습으로 느리게 천천히 내 사랑 빈 공간 안에 지치지 않고 그려야 하니까 2020.05.21. 하동 채첩잡이.

풍경 202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