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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

난, 자유로운 영혼 산이든 바다든 거침없이 날고 싶어 난 순례의 종속자 햇살아래 꽃향기에 마비되고 숲 속 곤충에도 눈을 맞추지 난, 떠돌이 방랑자 정하지 않은 여정에 흘러가고 파 난 바람 난 구름 난 자연의 배회자 어디든 어우러져 떠돌고 싶어 때론 빠르게 때론 적당하게 때론 느리게 시간을 관장하는 셧터의 힘처럼 여행을 조정하고 파 삶을 조율하고 파

장노출 2023.02.11

자연의 시계

쨈도 날려보고 옆구리도 찔러보고 두드렸으니 맞아도 보고 공격이든 방어든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아주 강했으면 좋겠어 한 번의 기회가 전율로 다가 오길 희망하지 실컷 얻어맞았는데 때린 당신이 다운되기를 바랄 때, 멋지잖아 찬스만큼 도 중요하지 기다리고 참는 것이 찾아오고 떠가가는 일이 모두 자연의 시계에 맞출 일이야 기다리지 않고 얻어내는 일은 가치가 떨어지지요 일출의 순간이 그렇습니다 날씨기 차가울수록 새벽하늘은 붉어지고 태양은 멋지게 솟아 올라 오지만 흐린 하늘이 쉽게 허용을 하지 않지요 실패를 거듭하고서야 시도의 충동이 강해집니다 일출의 부재는 구름 좌절의 부재는 희망 대비로 세상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2022. 12. 15. 강원 고성 문암리.

장노출 2022.12.20

시간의 힘

산뜻함이 새로움의 맛이라면 기다림은 숙성의 맛이겠지 겹칠 수 있음으로 모든 순간이 새로움만은 아니야 기다림의 시간만큼 모진 풍파를 피해 갈 수는 없는 거지 익어 간다는 것은 조급을 가두어 쉽게 부패되지 않는 맛의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물이 출렁이고 바람 일렁이고 파도를 잠재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파도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든가 시간을 연장하여 압축(장노출)시키든가요 사천 비토섬에서

장노출 2022.04.12

矛盾모순

들키지 않으려고 실보다 가느다랗게 바늘보다 자그맣게 유리처럼 투명하게 나를 노리다니 난, 기필코 빠져나갈 거야 아무리 발버둥처도 실보다 세밀하게 바늘보다 촘촘하게 난 새빨간 날강도 살랑한 사기꾼 넌,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어 손실이냐? 확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뒤집어 보시라 바꿔 바라보시라 조화로운 것이 순리라 합의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 멀리 보는 것이 최선이라 2022. 03. 23. 전남 고흥 실장어 어망.

장노출 2022.03.29

고요

빈자리 고요를 집어넣으면 고요 속으로 스며드는 사랑은 시끄럽진 않겠지 긴 듯 아닌 듯 오래 가야지 마른 꽃잎이 덜 변하 듯 수분을 빼면 유통기한도 연장될 테지 화석 속의 머나먼 벌레처럼 시간을 덮고 덮으면 고요에 이르네 내 사랑 더 이상은 바랄 것 없네 보태지 않아도 아득하길 바라네 바람을 죽이고 파도를 잠들게 해야지 더하지 말고 덜어내야지 짧게 말고 길게 갈 거야 걸어가다 만들어지는 것 그게 길이니까

장노출 2022.02.08

그물의 향기

물을 건너 보내고 바람을 흘려 보내네 강하든 부드럽든 밤이든 낮이든 휘청이지만 넘어지지 않네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네 벽이 되기 싫어서 바람의 말을 듣네 물의 향기를 맡네 생각을 날개처럼 펴고 강 건너 당신에게 날아 갑니다 멈추지 않고 환하게 마음을 열쇠처럼 풀고 산 너머 당신에게 건너 갑니다 자유 안에 끝없음을 만나지요 함평 손불해안.

장노출 2021.05.18

오래오래

꼬리는 살짝 세우고 발꿈치는 사뿐히 올리고 아슬한 담벼락 자유롭게 넘나드는 고양이처럼 야금야금 살금살금 들키지 않고 당신의 마음을 훔칠 거야 오래오래 강둑물 넘치 듯 내 궁핍한 봇짐을 차곡히 채울 거야 만조와 간조 대치하듯 마주 보고서 시간을 도둑질합니다 다져져 강해지는 내성의 근육 기다림으로 익힌 숙성의 맛은 깊습니다 함평만, 실장어 그물.

장노출 2021.05.04

어지러워서 흔들린다

일출에 맞춰 몰려드는 갈매기떼 옵바위 한 가운데 무게의 중심이라도 있는 걸까 세상 모든 무게가 가볍든 무겁든 중심을 향하여 날아 가듯이 내 사랑도 당신이 중심이여서 당신속으로 마냥 흘러갑니다 타오르기 시작한 것 힘이 커서 감당하기 버겁다 여명이 물든 하늘 기지개를 켠 날개 첫 새벽 첫 사랑 첫 氣運 어지러워서 흔들린다 2018. 12. 07. 고성 공현진. 11816

장노출 2018.12.11

꽃 진 자리

꽃 지나간 자리 꽃이 아른 거립니다 꽃은 가고 없어도 향기는 가슴에 하염없지요 눈으로 들였더니 그 때 뿐이였어 가슴으로 쓰자 잠시 머물던 꽃이 천년 향기로 남는다 지나 간 것 마음속에 흔적이 됩니다 등대 빛의 과거 통통배의 지난 길 빛으로 꽁꽁 찍어버린 도장 빛은 시간을 그리며 밤 새 아름답게 혼란의 선으로 흘러 갔습니다 속초 아바이 마을 11789

장노출 2018.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