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88

가장자리

경계이면서 시작지점 중심까지가 궁금하여 서성이는 곳 부드럽게 흔들리고 예민하게 스며들지 가볍게 또는 가깝게 머물게도 하네 뜻은 꽃처럼 피어나 들어갈수록 향기를 피우는 화사 손을 내밀면 문을 열어주는 허용의 넓은 길목 가. 장. 자. 리. 찰랑찰랑 아물아물 넘칠 듯 아련하듯 떨리게 하지 중심이 궁금하여 건드려보는 가장자리 당신의 심오함으로 수렴합니다

안개 2023.10.24

뻔뻔한 역설

기회가 열려있다면 얻고 잃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다음이라는 보장이 확립되지 않을 땐 매 순간이 보석이지 이치를 따르는 들녘의 작은 꽃, 풀 밭 속의 벌레 부딪쳐도 깨지지 않는 유연한 바람 언제든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아마도 구름은 설렘의 보석일 거야 바닥에 감춰 놓고서 상상하래 궁금하면 다시 찾으래 소중함은 노력 아니면 반복의 땀 이래 말대신 묵묵으로 깨달으라는 저 거룩한 스승 무엇으로 잴까? 많은 것은 보여주지 않고서 이게 다라 하네 "원하는 건 이뤄지지 않아서 귀한 것이야" 자신만만한 뻔뻔한 역설! 보이는 게 다라 하면 세상이 허무하잖아 아는 게 다라면 모든 게 시시 하지 여분의 미지 당신을 향한, 내 소원은 지치지 않을 열정 끊임없는 사랑 큰북 같은 두근대는 설렘 다가 아니라서 끝이 없어서 그럭,..

안개 2023.10.17

흐릿하면 어때

청명하고 산뜻하고 밝고 맑아야만 아름다운가 좀 허술하면 어때 좀 흐릿하면 어때 침침하고 흔들리면 어때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자세히 바라봐 속으로 들어가 봐 다 아름답지 보일 듯 말 듯 들릴 듯 말 듯 온화의 화장을 하고 평온의 옷을 입으셨네 꿈이 흐릿한 것처럼 잠시여도 대치 못 할 사랑이라네 몽롱으로 취하는 일은 영원으로 가는 길 언제나 신비롭네 당신은 잠잠한데 나는 천둥 같네 설렘을 잠재우려면 덤덤의 제어브레이크를 달야겠네

안개 2023.08.01

꽃처럼

꽃을 만나고 바람을 만나네 비를 맞고 안갯속을 거니네 꽃이라서 바람이라서 비라서 안개라서 제각기 아름답네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화려하지 않아도 유별나지 않아도 어울려 멋지네 들꽃처럼 나 아닌 것 나뿐이네 너 다운 것 너밖에 없네 모든 꽃들 당당하므로 자만해도 좋겠네 어릴 때 그랬지 형, 누나 있으면 가만있어도 이긴다고 건드리기만 하면 떼 지어 합세했지 한통속아란 울타리가 얼마나 든든한 건가 뭉쳐져 모인 힘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지 형제자매의 힘으로 든든했지 홀로 외로운 것들 모여 힘없는 것 없네 즈들끼리 그러한 것들 어울려 칙칙한 것 없네 떼어내어 하나인 것들 뭉쳐서 둘이 넷 되고 뭉쳐서 10이 1000되네 2023. 06. 26. 천사섬 도초도, 팽나무 10리 길.

안개 2023.07.04

황홀한 축제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삶의 공식이라 정하리 끝없는 것이 있을까? 재앙도 희망도 그렇잖아 때가 되면 오고 가는 안개처럼 세월을 노래하는 새처럼 계절을 채워주는 꽃처럼 잠시 빌려 쓰고 가는 양보의 자연을 섬기고 싶어 주어진대로 흘러가야지 변화 없인 새로움이란 없겠지요 기온의 변화로 새로운 가을이 열리고 기온의 차이로 안개가 펼쳐집니다 10월의 호수마다 새벽을 빌려 쓰는 안개의 심연 황홀한 축제에 주체할 수 없읍니다 정신이 혼미하고 마음이 휘청거립니다 2022. 09. 28. 대청호

안개 2022.10.04

물의 변신(안개)

한쪽으로만 치우친다면 다시 시작이란 없을 거야 성향이 그렇다 치더라도 역으로 쳐야 균형이 이뤄지겠지 꽃의 향기 뒤에 숨어 애쓰는 뿌리의 힘처럼 말이야 떠오르는 분신만이 균형이 힘이야 변신하리라 물이 아니야 안개야 솟구쳐 오르리라 부딪치지도 말고 쓰다듬으며 감싸리라 깨지지 않고 조화롭게 섞기어 마음대로 풍경과 풍경을 몽롱하게 짜깁기 하리라 어디서 봤을까? 언제 만났을까? 처음이어도 낯설지 않은 건 꿈결인가 산봉우리 소나무 개여울 왜가리 원추리 달맞이 참나리...... 안개가 수놓은 동강의 새벽 그대로 있으라 문을 닫고 싶었네 풍경의 감옥에 갇혀 버렸네. 2022. 08. 04. 정선 동강.

안개 2022.08.09

한계가 없음으로 무한대로 수렴하는 거야 멈춤 없이 밀려가는 물결처럼 지치지 않고 도달하려는 거야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생각지도 말고 선을 긋지도 말자 안갯속 풍경처럼 흐릿하게 가려져 무한의 거리에서라도 당신이 기다려 준다면 난 하염없이 다가갈 수 있어 그게 무릉도원일 테니 3mm 이상에서 ∞ 10mm 이상이면 ∞ 렌즈의 종류에 따라 무한대의 거리는 다릅니다 속도와 초점거리를 무시하고 선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지요 닿을 수 있는 것의 기본원칙은 모든 것이 다 같습니다 2022. 04. 15. 충주 남한강변.

안개 2022.04.19

함께라서

호수가 아름다운 건 산과 나무와 바람과 안개...... 포근하게 안아주기 때문이지요 사랑이 아름다운 건 거친 것, 모난 것, 급한 것..... 아랑 곳 없이 부드럽게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나를 내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혼자서는 다 이를 수가 없다는 것을 여행지의 자연이 일러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겁니다 아름다움은 잘 나고 못 남이 아니라 마지막 열매처럼 조화롭게 어울려야 빛나는 거라고 어디 하나 소홀히 만났을라고 계절, 비바람, 햇살..... 드렸다는 걸 왜? 지고서 고백하나요? 조용히 돌아봅니다 온통 감사, 미안, 고마움뿐 입니다 2021. 11. 19. 변산 부안댐.

안개 202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