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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란히 젖네

폭우가 길을 막고 눈보라가 발을 묶지 몰아쳐서 오는 것에는 무대책이 대책이야 내가 다가갈 때도 그랬을까? 당신이 올 때도 그랬지 갈절히 원했던 무대책에 포위되어 꽉, 닫혀버린 세상 생각이 증발하고 사지가 마비되지 판단력이 무너져 한 곳에 함빡 빠져버린 단순이 전부라니? 고스란히 젖네 바람의 온도가 바뀌면 쏴 돌아다니기 좋을 때지요 거칠 것 없이 열매는 붉어지고요 하늘은 겁도 없이 높아집니다 폭우가 길을 막고서 젖은 잎은 보라 하네요 바람이 비를 흔들며 소리를 들으라 하네요 산사의 방에 갇혔습니다

2023.09.26

다 사랑 때문이야

아무리 긴 시간도 그대와 함께하면 순간 빛 잃은 어둠 속일지라도 내 가슴은 반짝거려 반복해도 지겹지 않고 거듭해도 아름다워 다 사랑 때문이야 마음을 훔쳐버린 것은 선명이 아니라 몽롱 순조로움은 흘러 강물이 되고 장애였던 것은 남아 흔적이 되네 늘이던가 줄이든가 빛나게 하든가 어슴프레 만들든가 폭포 같은 빗속이 칠흑 같은 어둠이 내 놀이터야 2023. 08. 30. 함양 상림.

2023.09.05

내 사랑

내 사랑 하늘의 뜻처럼 요동치고 꿈틀거렸네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었네 맞닥 드리지 않고선 존재를 알 수 없기에 무리인 줄 알면서 무작정 달렸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네 아니든 기든 보았노라 만났노라 원했음으로 후회는 없다네 저버리지 않는 무지막지 그거면 더 바랄 것 없다네. 눈 멀더라도 귀 막히더라도 식지 마라 사랑아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것이 다라 여기게 하거라 2022. 08. 11. 부안 개암사 배롱꽃.

2022.08.16

신기 너머에 신비가 있습니다

별은 멀리서도 반짝입니다 아련함은 눈감아야 보이고요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증으로 "똑. 똑. 똑."두드립니다 안에 계시죠 어디서 오는지 모를 당신에게만 열려있는 무한의 원천으로 넘쳐나는 초유의 힘 놀랍게도 신기 너머에 신비가 있습니다 아! 바로 당신 입니다. 누른다고 으스러지나요 조인다고 단단해지나요 저항의 힘은 더 할수록 강해져서 누구도 못 꺾는 거지요 강요는 버리고 차라리 스스로의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2021. 10. 12. 경남 산청.

2021.10.19

사랑이 깊어서

부딪힌다는 건 덜어낸다는 것 꺾어진 곳에서 싹이 돋지 그대의 흔들림을 보고서야 그대의 흐느낌을 알고서야 나도 아팠지 이런저런 일, 가까이 바라본다는 건 사랑이 깊어서다 덥고 지루한 장마 이어지지만 풀들에겐 꽃들에겐 더없이 좋은 8월이야 어떻게든 주어진 푸르른 시간 꺾기면 꺾긴대로 젖으면 젖은대로 범람의 향기로 절정을 뽐내야 하니까 2020. 07. 30. 평창 봉평

2020.08.04

다 사랑스럽다

‘왜? 바람이 불지 왜? 천둥치고 비가 오지 청명하고 좋은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했는데 당신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 후 걸림돌은 없지 바람 불면 바람 불어서 비 내리면 비 때문에 좋다. 폭우 속의 어둠이 뭐가 좋다고 안갯속에 새벽이 뭐가 신나서 ...... ‘ 기회가 또 있으랴 ’ 당신 때문에 떨리는 가슴으로 달려갑니다 속으로 들어가면 다 사랑스럽다.

2020.07.21

盜癖症도벽증

내 안에 숨어 사는 盜癖症도벽증 이글거리는 보석 당신을 훔치려다 움찔 "멈췄거라! " 양심이 뒷통수를 후. 려. 치. 지. 만. 이미 저질러 버렸어 꽃인가? 별인가? 내 것이고 싶어서 난 꿈속에서도 당신을 훔치지. 산란의 무수한 빛중 꼿혀있는 하나를 잡아놓고 뚫어져라 촛점을 맞추면 영롱함의 어지럼으로 눈멀고 맙니다 주변은 그져 흐릿할 뿐 그저 내게 들어온 하나의 꽃 빛나는 당신을 탐합니다 내안의 넓다란 풍경속 숨어 사는 당신 너무도 황홀해서 어쩔 수 없이 도둑질 합니다 2020.03.10.구례 상위,현천마을

202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