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48

아주 예민하게

길을 나서면 길이 아닌 곳에 길이 생긴다네 새로운 길은 아닌 곳에서 태어난다네 산속 오솔길도 처음 누군가가 밟은 것이라네 바다에도 길이 있어서 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이 자유롭다네 하늘에도 길이 있어서 가지 못하는 길을 보이지 않은 길을 새들이 오가고 구름이 거침없이 간다네 하물며 비의 길은 허공이라네 그대를 만나는 건 타이밍입니다 언제나 사랑 앞에서 기다림은 안개이고 만남은 번개입니다 연지에 폭우도 폭포 같습니다 무엇이 시간을 박살 낼 수 있을 까요? 거칠어서 끌러가고 빨라서 좋을 때도 있습니다 가장 맘에 드는 속도 오늘만큼은 당신을 분해하고 싶습니다 이번엔 1초도 아까워서 아주 예민하게 1/500~1/1,000초로 쪼겠습니다 세상을 삼킬 것 같은 당신의 거친 숨소리가 좋습니다 2023. 07. 20. 부..

연꽃 2023.07.25

폭우

작심을 하면 두려움이 도망가지 각오를 다지면 용기가 솟구치지 밀어붙일게 깨질듯한 천둥처럼 번쩍이는 벼락처럼 강하지만 간결하게 거칠지만 단아하게 압도할게 적당한 게 좋다면 그렇게 살아 하지만 고통은 두렵지 겪고 나면 그 고통이 널 파괴시키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맷집의 힘으로 단단해지는 거야 그래서 무지막지 달려가서 부딪칠 거야 깨울 거야 일으킬 거야 강하게 만들 거야 부여 궁남지

연꽃 2022.08.23

흔들리며 부드러워지고 감싸면서 부풀어 오르지 시간이 하는 일이야 세련이란 버림과 취함을 적절히 배합하며 숙성시키는 과정이야 어디서 가든 지름이 되는 거미줄의 중심처럼 팽팽과 느긋이 공존하지 않은 세상은 허술하게 무너지는 거였구나 무너지지 않고 꽃으로 오기까지 얼마나 먼길을 견디며 건너온 거니 향기로 거는 말이 몸으로 말하는 춤이 네게로 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구나 가장 즐거운 발걸음이었구나 그냥 꽃이겠어 바람을 건너 시간을 넘어 힘겹게 왔겠지 그냥 꽃이겠어 뿌리가 밀어주고 줄기가 받쳐줬겠지 아름다우면 돼! 향기로우면 돼! 2022. 07. 14. 함양 상림연지.

연꽃 2022.07.19

너니까

꾸미지 않아도 멋져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워 꽃 위든 잎이든 네가 있는 곳, 거기가 세상의 중심이야 존재의 과시, 별거 있겠어 높은 곳에서 터질 듯 목청으로 노래하렴 "개개개개 비비비비......" 누굴 원망해 누굴 부러워해 폭염을 노래하는데 외로움은 견디는 게 아니라 누리는 거였구나 사랑은 달리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거였구나 터질 듯 목청이 멋져 너니까 너 다우니까 2022. 07. 07. 창원 주남지, 개개비

연꽃 2022.07.12

사랑이라 하지마!

판단력이 혼탁해져 생사가 휘청거리지 눈도 멀고 氣도 막힌다니까 의지가 처참히 무너지지 않는 거라면 사랑이라 말하지 마! 폭풍우처럼 터져 넘치고 화상의 뜨거움 너머 달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열정이라 하지 마! 험난한 산을 넘고 넘 듯 거센 바다를 건너고 건너 듯 용기를 안고 닿으려는 것들은 아무리 갉아먹어도 신비롭게 샘물처럼 소진하지 않지 시퍼렇던 지난날의 無怯무겁 무단히 다져보네 가까이 봐야 새롭게 가지 멀리 봐야 오래가지 천천히 봐야 가볍게 가지 충남 보령

연꽃 2021.09.07

알게 될 거야

뜨거워야 매운맛이 오르는 풋고추처럼 진흙 속에 몸을 감싸고 비가 내릴 때까지 견디는 열대 건기의 어느 물고기처럼 견딤의 영양제를 먹고 버팀의 면역제를 맞아야 예상치 못한 험난한 세상과 맞짱 뜨지 사랑하는 일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일 모진 폭풍우에 부딪혀봐야 강해지지 목청이 아름답구나 목 정도야 세도 되지 않겠어 울어라, 열리나니 혼자서는 외로우니까 목청이 터져라 외쳐도 괜찮아 예상치 못한 암담의 터널 너머에 스스로 찾고 스스로 만든 너만의 세상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될 거야

연꽃 2021.07.27

갈망의 노래

나무의 밑동이 흔들리면 우둠지에선 난리법석 요동이 일지 계곡이 깊을수록 메아리는 더 크게 돌아오잖아 소리가 바람 되어 태풍으로 다가갈 거야 뜨거움 앞에 녹지 않는 쇳덩이 없듯 장풍에 넘어가지 않는 벽도 없듯 안에서 살아 타는 불꽃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다 할 때까지 태워야 되지 않겠어 갈망의 노래 뜨거워야 해 길은 뜻하는 곳에서 환하게 뚫리나니 두드려라 열리나니 가장 폼나게 가장 멋지게 날아라 개개비 울어라 꽃새여! 지치지 않고 시도하라 사랑이 깊다는 걸 절창의 노래 목이 터져서라도 불러주렴 시작이 있으니 아득히 끝이 보이네.

연꽃 202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