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4

붉은 엔진

사월은 신록의 돛을 올려 붉은 엔진까지 장착하고 질주하는 과속의 유람선이다 놀이터에 풀어놓은 세 살배기 우리 손자처럼 통제 안 되는 브레이크 없는 위태로운 자동차다 앞 외엔 보이 질 않으니 겁 없다 거침없다 잡으려 하니 저만치 가있다 앞만 있고 뒤는 없디 그러니까 봄이다 누가 여기서 들뜨지 않을까? 지만 타면 되지 지나는 사람 다 막아놓고서 가슴으로 부딪쳐 불을 지를까? 참 모질다 2022. 04. 20. 강진 남미륵사.

바람 2022.04.26

한계가 없음으로 무한대로 수렴하는 거야 멈춤 없이 밀려가는 물결처럼 지치지 않고 도달하려는 거야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생각지도 말고 선을 긋지도 말자 안갯속 풍경처럼 흐릿하게 가려져 무한의 거리에서라도 당신이 기다려 준다면 난 하염없이 다가갈 수 있어 그게 무릉도원일 테니 3mm 이상에서 ∞ 10mm 이상이면 ∞ 렌즈의 종류에 따라 무한대의 거리는 다릅니다 속도와 초점거리를 무시하고 선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지요 닿을 수 있는 것의 기본원칙은 모든 것이 다 같습니다 2022. 04. 15. 충주 남한강변.

안개 2022.04.19

시간의 힘

산뜻함이 새로움의 맛이라면 기다림은 숙성의 맛이겠지 겹칠 수 있음으로 모든 순간이 새로움만은 아니야 기다림의 시간만큼 모진 풍파를 피해 갈 수는 없는 거지 익어 간다는 것은 조급을 가두어 쉽게 부패되지 않는 맛의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물이 출렁이고 바람 일렁이고 파도를 잠재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파도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든가 시간을 연장하여 압축(장노출)시키든가요 사천 비토섬에서

장노출 202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