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일랑 비, 바람에게 도난당했다
생각을 햇살에게 맡겨 버렸다
악착으로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을 건넜다
삶을
이길 수 없는 것들이 이기게 해 주고
이길 수 있는 것들이 이길 수 없게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했던 것들이
가끔은 친절하게
많이는 불친절하게
되풀이 쌓여 나를 안내했다
앞일은 예상 일 뿐
때론 모를 일들이 견디는 이유였다
맞닥 드려야지
후회는 남기기 말아야 하니까
알곡으로 채워지든
쭉정이로 남겨지든
견디는 일처럼 아름다운 게 있을까?
결실의 계절입니다
익는다는 것은
비
바람
햇살......
시간의 강을 건너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숭고이지요
햇살도 익어서
알곡마다 잎새마다
은빛 가루를 입혔습니다
가을이 아름다운 건 견딤이라고
"당신도 그러하시죠"
자연의 훈수
아찔한 한마디
에밀레종처럼
둥둥~둥, 맴돕니다
2022. 10. 19. 영월, 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