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사랑으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눈 감아주는 용서로
세상이 따뜻해지지
넉넉하고 느긋하게
포근하고 너그럽게
사랑은 유한하지만
용서는 무한이지
예민하기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 않는
슬라이드 필름이 있었지
야박하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어
반의 반쯤
오차를 넘어서
비위를 거슬리면
하얗거나 까맣거나
용서를 몰랐어
조건을 맞춰주면
선명하게 반듯하게 기막혔던 거야
둔탁하기에 어지간 실수쯤
눈 까딱 않고
넉넉히 안아주는
흑백 필름도 있었지
실수를 해도
한 두 단계쯤
뭐 괜찮다고 속 넓게
용서해 줬어
감싸 않는 게
사랑이야
눈 감아주는 게
용서야
2021. 12. 10. 서천마량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