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가 세상의 이치라면
물처럼 그냥 흘러 가리라
만나는 것 가리지 않고
보듬는 바람의 손이 되리라
넓고 길게 뻗어가는
시간에게 두둥실 등을 맞기리라
세월의 속살을 아우르며
강처럼 넓어진 가슴으로
내 아픔과 사랑을 온화하게 품으리라
어차피
세월이야 조각나는 것
형태는 사라지고 흔적만 남았네
기둥이야 불타고
지붕이야 부스러져 허망한데
그 옛날
榮華영화를 가늠하는
주춧돌만 고스란히 남아서
"여기가 거기지"
폐사지 성벽 타고
천년을 말없이 지켜온 노거수
오~~~오~~ 오~!
살아있는 부처님이시여
위로하듯 새벽별이 빛나네
원주 거돈사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