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

바람의 길목

영원과 하루 2020. 2. 11. 04:30

 

 

피할 수 없어서

있는 그대로 받아 들입니다

당신이 온 자리로 맞이하고

당신이 지나간 자리로

팔 다리 몸통까지 틀었습니다

당신의 시간을  몸속에

잔뜩 

집어 넣어놨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아프면 호들갑을 떱니다

한달을 앓으면 걸어다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일년을 누워봐야 살아 있음이 축복입니다

세상이 소중하다 느끼는 것은 아파봤기 때문입니다

아파보지 않고는 비울 수 없습니다

세월을 건너는 나무처럼요

 

태풍에게는 팔뚝하나 내어주고

눈보라 앞에 어께가 휘청이지요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는 게 일입니다

선택권이 없어서 힘들지만은

그 힘으로

역경을 이겨내기에 강직하답니다

당신의 흔적

당신 가는 길 쪽으로 몸을 돌려 놨습니다

 

 

 

 

태백 만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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